예전에 사기(史記) 권위자인 김영수 교수님을 모시고 특강을 들었다.
씨줄과 날줄을 촘촘히 엮으면서 시공을 초월하는 김교수님의 강의는 명불허전이었다.
강의가 끝나고 이런 질문을 드렸다.
"사기 전체 52만 자 중 가장 마음에 남는 글귀는 무엇인지요?"
교수님은 망설임 없이 바로 말씀하셨다.
복숭아(桃)와 오얏(李)은 꽃이 곱고 열매가 맛이 좋으므로, 오라고 하지 않아도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그 나무 밑에는 길이 저절로 생긴다는 뜻으로,
덕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따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史記 李將軍列傳(이장군열전)에 나온다.
漢(한)나라 武帝(무제) 때 장군 李廣(이광)은 활의 명수로 유명했고, 힘이 세고 몸이 빨랐기 때문에 匈奴(흉노)들은 그를 漢(한)나라의 날아다니는 장수라는 이름으로 漢飛將軍(한비장군)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사마천은 이광 장군을 높이 평가했는데, 이광운 특히 말이 없었기에, 이 문장으로 말이 없는 그의 성실성을 비유해 표현한 것이다.
무거운 질량을 가진 물체 주위의 시공간은 휘어지며, 그 중심으로 모든 것들이 모인다는...
물체가 그렇듯, 사람도 그의 인격이 고매하면 그를 둘러싼 시공간은 왜곡되고 휘어져 그 사람 주변에 좋은 이들이 몰려들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