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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Oct 24. 2015

모든 기업은 공기업, 사람을 쓰는 일은 공적인 일

마쓰시타 고노스케와의 대담

아래 글은 ‘사업은 사람이 전부다’(중앙경제평론사 발간)라는 책의 일부 내용을, 저와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의 가상 대담 형태로 풀어본 것입니다. 원래 책의 내용은 대화체가 아님을 알려 드립니다.     



조우성 : 언젠가 회장님은 모든 기업은 공적인 성격이 있다라고 하신 걸 들었는데 그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요?     


마쓰시타 : 형태상, 법적으로는 사기업이라도 ‘본질적으로는’ 이들 전부를 공기업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 :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신다면...     


마쓰시타 : 마을의 채소가게를 예로 들어보죠. 기본적으로 그 채소가게 비즈니스는 운영 당사자의 생계를 위해 이뤄집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채소가게가 있기 때문에 ‘언제든, 쉽게, 필요한’ 채소를 구할 수 있죠. 만일 채소가게가 없다면 사람들은 스스로 재배하든, 아니면 어딘가의 농가까지 직접 사러 가야만하겠죠.     


조 : 아, 채소가게가 미치는 영향을 그렇게도 볼 수 있겠군요.     


마쓰시타 : 채소가게의 비즈니스는 한편으로는 가게 주인의 생계를 위해 이뤄지지만, 보다 큰 관점에서 보면 마을 사람들이 찾는 채소를 보다 저렴하고 편리하게 공급하기 위해 존재하는 공공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채소가게는 사기업이면서, 동시에 공기업적 성격을 띠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을 쓰는 일도 공적인 일입니다.     


조 : 사람을 쓰는, 즉 직원을 채용하는 일도 공적인 일이라는 말씀이신가요?     


마쓰시타 :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채소가게라 할지라도 공공기업, 소위 ‘사회의 공기(公器)’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생선가게든 이발소든 마찬가지입니다. 하물며 거액의 자본을 모아 광대한 토지를 점유하며, 다수의 임직원을 안고 사업하는 대기업은 형태상으로는 사기업일지라도 그 본질 속에는 ‘세상의 것, 사회의 공기’라는 요소가 담겨 있지요. 이처럼 ‘기업이 공기(公器)’라는 인식을 가지면, 그 기업 활동에 사람을 쓰는 것도 모두 공적인 일이 됩니다.     


조 : 선뜻 이해가 안가는 면도 있는데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시죠.     


마쓰시타 : 가령 채소가게가 점원을 1명 고용했다고 치죠. 그건 그 가가 주인이 단지 자기만 좋으려고 고용한 게 아닙니다. 손님이 많아 가게 안은 항상 붐빕니다. 주인 혼자서는 모두 응대할 수 없기에 손님들은 기다려야만 하죠.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불편이 없도록 주인은 점원에게 도움을 얻습니다. 손님이 채소를 많이 사서 직접 가져가기 힘들 경우에는 배달까지 해줍니다. 즉, 가게 주인은 점원들을 고용해 손님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고객들의 만족을 얻고 가게의 번창으로 이어지는 거죠.     



조 : 음, 이해가 됩니다. 이처럼 사람을 쓰는 일도 공적인 의미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경영자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     


마쓰시타 : 사람을 써서 일을 하다보면 때때로 질책하거나 주의를 줘야 할 때가 있습니다. 사실 그런 일들은 듣는 입장에서도 싫고, 하는 쪽에서도 별로 내키지 않죠. 그래서 피하게 됩니다. 


하지만 ‘기업은 사회의 공기이며, 사람을 쓰는 건 공적인 일’이라 생각한다면 사적인 인정에 지나치게 얽매여서는 안 됩니다. 신념을 가지고, 말해야 할 때 말하고 질책해야 할 때 질책해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단지 사적인 감정으로 사람을 질책하거나 처우해서도 안됩니다. 물론 사람인 이상 그런 일들을 완전히 없앤다는 건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사적인 감정에 좌우되지 않도록 항상 신경쓰는 마음가짐 자체가 필요하고 또 중요합니다.


이런 마음가짐을 갖고 사람을 대하다보면 마침내 신념을 갖고 사람을 쓸 수 있습니다. 

가령 질책하거나 주의를 줘야 할 일이 있어도 상사가 그런 마음가짐에 입각한다면, 대부분의 부하는 별다른 불만이나 저항없이 ‘오히려 기꺼이’ 받아들이게 되죠.     


조 : 기업의 최고 목표가 ‘이윤증대’에 있다고 볼 때와는 사뭇 다른 접근이 가능해지겠군요.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경영자의 인재관이 갖춰질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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