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심리학
‘설득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 개념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사람의 행동은 상당 부분 주위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데, 따라서 사람들이 무언가를 믿거나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할 때 다른 사람들을 살펴보고 비슷한 예가 많을 경우(사회적 증거 ; Social Proof) 그대로 따라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영국 국세청은 납세율을 올리기 위해 고심하던 중 치알디니 교수가 대표로 있던 컨설팅사인 ‘인플로언스 앳 워크(Influence at Work)’사의 조언을 받아 독촉장 첫 줄에 “영국인 90%가 세금을 냈습니다(90% of people have paid)"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그 결과 전년도에 비해 연체된 세금 56억 파운드(약 9조 3,000억 원)를 더 걷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이미 세금을 냈다는 사실이 본인을 압박한 결과이다.
사회적 증거의 법칙은 서양보다 동양에서 더 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공동체 의식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식당에서 실시한 실험이 있다. 식당 종업원이 손님에게 특정 메뉴를 선택하게 유도하는 방법이 뭘까? 손님에게 메뉴판을 보여주며 '이 음식이 우리 식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요리입니다'라고 말하는 것. 단순히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 음식별로 13~20%까지 선택률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그 음식이 인기 있음을 아는 것이 그 음식의 인기를 더 높여준 것.
사회적 증거의 법칙을 활용해 인도, 인도네시아가 기업체의 환경오염을 줄인 사례도 있다. 거기선 공해 문제가 매우 심각했는데, 정부 규제나 처벌, 벌금 같은 조치들이 먹히지 않았다. 어떤 기업은 공해 저감 설비 투자비보다 벌금이 더 싸기 때문에 차라리 벌금을 내는 쪽을 택했다. 그런데 이 정부들이 방법을 찾아냈다. 산업별로 개별 기업들의 공해 유발 정도를 평가해서 그 결과를 공표한 것. 이전에 최악의 공해를 유발했던 기업들은 경쟁사와 자사의 등수를 본 뒤 즉각적으로 오염 물질 배출을 상당히 줄였다. 인도네시아에선 32% 오염 저감 효과가 나타났다. 인상적인 건 벌금 등의 강제적 조치가 필요없었다는 겁니다.
사회적 증거의 법칙만을 동원했을 뿐이다.
앞서 본바와 같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아주 민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