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우성 변호사 Oct 12. 2015

한비자 리더십 - 혼자 장기를 부리지 말라

회사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며, 능력까지 뛰어난 사람은 누구일까? 이에 대한 가장 확률 높은 정답이 바로 ‘CEO’다. 특히 중소기업, 스타트업은 CEO가 회사 전체 역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능력 출중하고 열정 있는 CEO가 그 재능을 전부 발휘한다면 회사는 분명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G테크의 강 대표.     


미국 아이비리그 출신인 그는 G테크의 주력 사업분야인 ‘신재생 에너지’ 관련 박사학위를 갖고 있다. 강 대표는 회사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누구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그에 걸맞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모든 직원들이 인정하는 바다.


나는 고문 변호사로서 G테크의 전략회의에 몇 번 참석한 적이 있는데 강 대표에게서 독특한 점을 발견했다. 그의 과도한 자신감 때문이었을까. 자기가 지시한 사항에 대해 임직원이 조심스레 이의를 제기하면 ‘그래요? 과연 누가 맞는지 볼래요?’라면서 도발적인 반응을 보인다. 단순히 지나가는 이야기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두고두고 그 내용을 기억했다가,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반드시 복기(復碁)까지 한다.


“‘최 이사님. 그 때 제 의견에 반대하셨죠?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어떠세요? 제가 예측한 대로 됐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외부인으로서는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이런 지적을 받는 임직원은 공개적으로 무안해 질 수밖에 없다.     


물론 강대표가 임직원들에게 악의를 갖고 이렇게 대하지는 않았으리라. 그로서는 자신이 문제 해결을 위한 적확한 조치를 내릴 능력이 있다는 것을 임직원들에게 분명히 알리고, 자신을 잘 따라오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마음이 컸을 것이다.     


강 대표의 천재성은 언제나 빛을 발한다. 그러나 강대표의 천재성이 빛을 발하는 만큼 임직원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하지 않으려는 습관이 몸에 배는 것 같았다. 강 대표는 꽤나 많은 연구진들을 영입했지만, 항상 자신의 의견에 이견을 제시하는 임직원에게는 나중에 되새김질하면서 확인사살(?)을 해대니, 우수한 인재들도 ‘내가 회사 주인도 아닌데 뭐 굳이... 사장님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될 것을’이라는 패배감에 빠지는 듯 했다.      



임직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CEO가 진정으로 훌륭한 CEO


열정과 실력까지 최고인 CEO가 자신의 재주를 뽐내며 원맨쇼를 할 것인가, 아니면 성에 안차고 때로는 힘들더라도 조직원들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노력을 통해 여러 사람의 힘을 모으도록 해야 하는가? 물론 두 입장을 적절히 섞으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실제 업무를 하다보면 어느 한 입장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해 한비자는 어떤 조언을 할까?     



한비자는 군주를 상급, 중급, 하급으로 나눈다.     


“하급의 군주는 자기의 능력을 다하고, 중급의 군주는 다른 사람의 힘을 다하게 하고, 상급의 군주는 다른 사람의 지혜를 다하게 한다. 下君盡己之能, 中君盡人之力上君盡人之智”

- 팔경(八經) 중-      


본인이 온 힘을 들여 노력하는 군주는 하급 군주이며, 부하들이 지혜를 다하도록 여건을 만드는 군주야 말로 상급 군주라고 정의한다.  한비자는 군주가 신하들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이끌어 내야 본인이 고생하지 않고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현명한 군주는 지자(知者)로 하여금 생각을 자아내게 하고 그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 그러므로 군주는 지혜에 궁하지 않다. 또 군주는 현자를 임용하여 그 능력을 발휘시킨다. 그러므로 군주는 능력에 궁하지 않다. 그리하여 사업이 성공하면 군주의 공덕으로 되고, 실패하면 신하의 책임으로 된다. 따라서 어떤 경우건 군주의 명예는 좀처럼 손상될 까닭이 없다. 이렇게 함으로써 군주는 비록 그 자신이 어질지 않더라도 현자의 지도자로 되며, 슬기가 없더라도 지자의 통솔자로 될 수 있다. 신하는 노고하고 군주는 그 성공을 차지한다. 이것이 현명한 군주의 규범이다.”

- 주도(主道) 편 -      




그럼 과연 어떻게 해야 이런 여건을 만들 수 있을까? 


한비자는 ‘윗사람이 장기를 부리지 않아야 한다’고 단언한다.     


“대저 사물이란 그 적성이 있으며 재능도 쓸 데가 따로 있어서 각각 거기에 걸맞게 구실한다면 위에 있는 자가 무위(無爲) 그대로 있을 수 있다. 닭에게 새벽시간을 알리게 하고 고양이에게 쥐를 잡게 하듯이 각자의 능력을 활용하면 위에 있는 자가 따로 일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위에 있는 자가 장기를 앞세우면 모든 일에 균형을 잃는다. 자기 자랑이 심하고 자신의 능력을 믿으면 아랫사람에게 속임 당하기 쉽다. 구변 좋고 영리하다고 지나치게 자부하면 아랫사람이 빌붙어 일을 꾸민다. 위 아래가 그 할 일을 바꾸면 나라는 그 때문에 잘 다스려지지 않는다. “

- 양권(揚權) 편- 


리더는 조직원들의 역량을 잘 가늠한 다음 그 역량이 최대화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지, 자신의 재능을 찬란하게 밝히는 데 집중하면 아랫사람들이 빌붙거나 속임수를 쓰게 되며, 결국 위, 아래의 균형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비자는 군주야 말로 지혜, 슬기, 용맹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사람의 힘은 여러 사람의 힘에 대적할 수 없고 한 사람의 지혜는 만사에 통달할 수 없다. 그러므로 군주는 혼자만의 역량보다는 일국의 역량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개인의 지혜와 힘만으로 맞서면 여러 사람 측이 이기는 것이 예사이고, 어쩌다 계략이 적중한다 해도 자신의 피로는 말할 것 없는 데다가 적중하지 않는 날이면 화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지혜를 버려야 총명해질 수 있고, 슬기를 버려야 공적을 세울 수 있으며, 용맹을 버려야 강해질 수 있다.”

- 팔경 중 -      


‘지혜를 버려야 총명해질 수 있다’는 말은 군주가 비록 지혜가 있다고 해도 가능한 한 그것을 쓰지 않고 부하가 각각의 직책을 다하면서 그 속에서 각자의 지혜를 최대한 이끌어 내도록 분위기를 만들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하면 굳이 자신의 지혜를 쓰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의 지혜를 널리 활용할 수가 있다. 이렇게 해야 효과적이며 또한 자잘한 일에 구애받지 않고 넓은 시야로 조직 전체를 감시할 수 있다는 말이다.     


‘슬기를 버려야 공적을 세울 수 있다’는 말은 군주가 어설프게 똑똑한 척하지 않으면 아랫사람이 의욕을 보이게 되고, 그 의욕의 발산구조를 잘 만들어 주게 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이다.      


‘용맹을 버려야 강해질 수 있다’는 말 역시, 군주는 자신의 용맹을 가급적 줄이고 오히려 아랫사람의 용맹을 이끌어 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만 앞으로 뛰어 나가고 뒤에는 아무도 따르지 않게 된다.      



리더가 자신의 능력에 우쭐해 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징조이다.      


위나라의 무후(武侯)가 신하들과 더불어 작전회의를 가졌는데 군신 중의 누구도 그를 따르지 못했다. 퇴출할 때 무후는 뿌듯함과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였다.      


그러자 참모인 오기가 이렇게 조언했다.     

“옛날에 초나라의 장왕이 작전회의를 열었는데 모두 왕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장왕은 회의를 끝내면서 수심에 잠겼습니다. 신공이 ‘왜 걱정하십니까?’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장왕은 대답했습니다.‘어떤 시대건 성인이 있고 어떤 나라건 현자는 있게 마련이라고 한다. 성인을 스승으로 모시면 왕이 되고 현자를 벗으로 삼으면 패자(覇者)가 된다고 들었다. 그런데 지금 과인이 신통치 않은 처지인데도, 군신이 과인보다도 못하니 초나라는 위태롭지 않겠는가?’초나라의 장왕은 그렇게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주군께서는 오히려 그 점을 도리어 기뻐하고 계시니 근심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오자, 도국(圖國) - 



리더는 자신이 가장 뛰어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조직에 위기가 도래하고 있음을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도 이를 강조하는 대목이 나온다.     


“어떤 군주의 두뇌의 우열을 측정하려면 먼저 그 군주의 측근을 보면 된다. 측근이 유능하고 성실하면 그 군주가 총명하다고 평가해도 틀림이 없다는 것이다. 군주가 그들의 실력을 알아내는 사람이며 그들로 하여금 충성을 다하도록 유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그 측근이 무능하다면 그 군주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할 수 없다. 그 군주는 인선(人選)에서 벌써 과오를 범했기 때문이다.“

- 군주론 제22장 -      




한비자가 전제한 군주는 플라톤이 전제한 ‘철인(哲人)’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가 살고 있던 춘추전국시대에는 단지 왕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군주의 자리에 오르게 되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한비자는 명분론이 아닌 현실론을 중요시했다. 아무리 능력이 떨어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일단 군주의 지위에 오른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잘 행사하면서 선정(善政)을 베풀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 군주는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들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신하들로 하여금 정책을 입안하게 하고, 그 입안한 정책의 결과에 대해서 준엄한 책임을 묻는다면, 군주는 능히 뛰어난 참모들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본 것이다.      


현자(賢者)와 지자(知者)를 쓸 수 있다는 자체가 리더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것이며. 그것을 가능케 하는 조건이 바로 리더의 ‘선택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리더는 ‘실행하는 능력’ 못지않게 ‘선택하는 능력’에 더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현명하지 못한 군주의 경우는 현신(賢臣)을 시기하는 일이 많았으며, 어쩌다가 주변에 남아 있던 충신들마저 끝내 희생시키고 말았다. 이러한 암흑시대에는 유능한 인재들이 탈주하거나 온 몸으로 저항하는 것밖에는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없었다. 통치자에 대한 평가의 기준은 우선 그 둘레에 있거나 그가 발견하고 키워낸 인재들의 질과 양으로 설명된다. 결국 대인물이 아니면 대인물을 등용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대리, 과장일 때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다가 막상 팀장이 되면 팀장으로서 통솔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사람이 있다. 대리, 과장일 때는 자기가 맡은 부분만 열심히 하면 되지만, 팀장이 되면 팀원들의 역량을 결집해 더 많은 성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팀원일 때의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면 팀장으로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팀장이 되었다면 혼자서 일을 수행하면서 결과를 내는 능력보다는 팀원들이 더 열심히 자신의 과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그 과정에서 엄정한 상벌을 집행하는 능력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이러한 리더십을 갖춘 대표적인 예로 초한지의 유방이 자주 거론된다.     


한 고조 유방이 천하통일 후 낙양의 남궁에서 크게 주연을 베풀면서 좌우의 군신들에게 물었다.     

“이 자리에 모인 제후, 장군들은 어찌하여 내가 천하를 차지했으며, 또 어찌하여 항우가 천하를 잃었는가를 말해 보라”      


이에 왕릉이 대답하기를, “폐하는 사람들을 깔보고 항우는 인자하여 사람들을 사랑했으나, 다만 폐하는 승리한 장군에게는 봉토를 주어 천하와 이익을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항우로 말하자면, 현자를 꺼리고 능력자를 시기했으며, 공 있는 사람을 죽이고 현자를 의심하여 전쟁에 이기더라도 장군에게 시상하지 않았고, 토지를 얻어도 사람들에게 나누지 않았습니다. 항우가 천하를 잃은 이유는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자 한 고조 유방이 말했다.      


“공(公)은 아직 하나를 알되 둘을 모른다. 본시 중앙에서 정략을 꾸미고 승리를 천 리 바깥에서 겨루는 전략을 짜는 데 있어서 나는 장량(장자방)보다 못하다. 국가를 다스리고 국민을 살펴 전선에 양식을 공급하는 등 군수 조달에 있어나는 소하에 미치지 못한다. 백만의 대군을 배치하여 싸우면 반드시 이기고, 공격하면 반드시 점령하는 군사지휘능력에 있어 나는 한신에 미치지 못한다. 이 세 사람은 모두 뛰어난 인재들인데, 나는 그들을 잘 쓸 수 있었다. 내가 천하를 장악한 이유이다. 한편 항우는 오직 한 사람뿐인 범증이라는 인재가 있었으나 그나마 활용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항우가 나에게 패하고 만 것이다.

- 사기 고조본기 중 -




유방은 자신이야 말로 졸지장(卒之將 ; 졸병들의 장군)이 아니라 장지장(將之將 ; 장군들의 장군)으로서 처신했기에 대업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항우는 분명 전쟁 영웅이었다. 그는 연전연승을 거둘 때마다 부하들에게 "하여(何如)“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떠냐?" 라는 의미로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학문도 부족하고 전쟁에도 서툴렀던 유방은 곤경에 처할 때마나 부하들에게 “여하(如何)”라고 말했다. "어떻게 하지?"라는 의미로 부하의 의견을 묻는 말이다.      



피터 드러커는 효율적 경영자론이라는 책에서 리더는 ‘전문성(Speacilaty)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전문(專門) 자체는 하나의 단편에 불과하여 아무런 성과도 생산하지 못한다. 한 전문가의 산출물이 다른 전문가의 산출물과 결함될 때 비로소 전체로서의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전문가를 일반가로 교육하는 데에 있지 않다. 오히려 전문가로 하여금 그 자신과 그 전문을 정녕 효과적으로 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리더는 전체적인 관리자이며, 그의 조정활동은 서로 다른 전문가들 간에 조화성 있는 일체적 관계를 수립하는 데 그 본질이 있다.     


미국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가 스스로 선택한 자신의 묘비명 역시 유명하다. 

“Here lies a man who knew how to enlist in his service of better men tha himself.” (여기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쓸 줄 알았던 사람 잠들다.)     


리더는 영화감독이지 주인공이 아니며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이지 화려한 독주자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비자리더십 - 악역을 두려워하는 CEO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