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꽃 다시 읽기
다음은 어떤 시에 대한 분석일까요?
1연 - 체념을 통한 이별의 정한
2연 - 떠나는 임에 대한 축도(祝禱)
3연 - 원망(怨望)을 초극(超克)한 사랑
4연 - 인고(忍苦)의 의지로 이별의 정한 극복
전통적인 여성상을 반영해 이별의 정한을 더욱 깊게 만들고 민요적 운율을 사용해 전통적인 정서가 들어가도록 했으며 진달래꽃이란 소재를 사용해 우리 민족의 한의 정서를 대변함.
바로 김소월의 진달래꽃에 대한 교과서적 분석입니다.
이별의 슬픔을 희생의 정신으로 초극(초월하고 이겨낸)한 여인의 정한(情恨)을 담은 시로 널리 알려진 진달래꽃. 우리는 이 시를 생각하면 떠나는 님을 애닯게 쳐다보며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울음을 참는 여인의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문득 과연 그럴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시에는 미래형 동사들이 사용됩니다.
그리고 이런 미래의 행동은 다음과 같은 전제(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즉, 현재의 상황이 아니라 미래,
그리고 그 미래도 가까운 미래라기보다는 먼 미래,
아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결코 불가능한, 와서는 안 될 미래’를 의미합니다.
비유하자면 단순한 가정법(If)이 아니라 설령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난 ~ 하지 않겠다라는 양보의 가정(Even if)입니다.
Even if the world ends tommorow, I will plant an apple tree today.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
즉, 이 시는 여인의 한을 담았다기 보다는 현재 사랑에 푹 빠져 있으면서 그 사랑을 확인하는 모습,
그리고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다는 사랑의 현재 진행형을, 발생하지 않을 미래의 상황(내가 보기 싫어지는 것)을 상정하면서,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가려거든 진달래꽃과 같은 내 마음을 밟고 가라'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사랑을 지키고 싶은 여인의 간절함이 느껴집니다.
시를 이렇게 바라보니 이 시의 화자(話者)는 회한을 품은 여인이 아니라 사랑에 푹 빠진, 그리고 이 사랑이 영원할 거라 믿는 풋풋하면서도 철없는 소녀의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오빠, 나 이뻐?”
“(헉...) 음. 이쁘지.”
“얼마나 이쁜데?”
“응. 많이 이쁘지.”
“오빤 내가 이뻐서 좋아하는 거야?”
“아니 뭐, 이쁘기도 하고 성격도 좋잖아.(아, 왜 또 이러지?)”
“근데 말야, 오빠. 만약 내가 나이 들어서 미워지면 어떻게 할거야? 피부도 처지고 못생겨지면 말야.”
“응? 뭐... 그래도 좋아하겠지.”
“자신이 없구나?”
“아냐. 그건 아니고.”
“난 말야, 오빠가 나중에 내가 미워져서 떠난다고 해도 붙잡지 않고 잘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 오히려 축복해줄 수도 있을 것 같아. 난 충분히 사랑했으니까 말야...”
“음... 내가 더 잘할게.(이게 답이겠지?)”
이 소녀는 본인의 장담과는 달리
그가 떠나버리면
하염없이 무너질 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