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미리 그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의 ‘예방법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다닌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문제가 현실적으로 발생하기 전에는 법적 문제의 심각성을 잘 깨닫지 못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지만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치는 것’을 설득하기란 참으로 힘들다.
그래서 기업의 CEO나 간부들에게 사전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다음과 같은 스토리 텔링을 활용한다.
중국 고전 <갈관자(鶡冠子)>란 책에는 전설적인 명의(名醫)인 ‘편작’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어느 날 그는 괵나라의 공자가 가사상태에 빠졌을 때 그를 살려냈다. 괵나라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편작이야말로 하늘이 내린 ‘명의’라고 칭송한다. 그러나 편작은 자기 형들이 훨씬 명의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묻자 편작은 이렇게 답한다.
첫째 형은 병이 아예 발생하기 전에 상대방의 안색을 보고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따라서 상대방은 병에 걸리지 않는다. 상대방은 결과적으로 아무런 고통을 겪지 않기 때문에 그 조언의 고마움을 현실적으로 느끼지 못한다.
둘째 형은 병이 드러나기 시작할 즈음 근본적인 치료를 한다. 따라서 상대방은 아주 약한 고통만을 느끼고 완치된다. 역시 상대방은 큰 고통을 겪지 않았기에 고마움을 잘 모른다.
편작 자신은 상대방이 병으로 고통받을 때 독한 약을 써서 병을 다스린다. 자신의 치료법은 이미 때를 늦었거나 환자의 건강한 몸도 어느 정도 상하게 하는 것으로서 그리 바람작하지 못하다. 하지만 상대방은 자신의 큰 고통이 없어지자 편작에게 큰 고마움을 느끼며 명의라고 칭송한다.
이처럼 사전에 리스크를 대비하는 것이 중요한 데도 이를 간과하기 쉽다는 것을 스토리를 통해 설명하면 훨씬 부드럽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이 스토리는 이제 기업 리스크 강의를 갈 때면 항상 제시하는 나의 18번 스토리가 되고 있다.
갈관자(鶡冠子) ?-?. 춘추시대 때 사람. 전국시대 초나라 사람이라고도 한다. 성명은 알 수 없다. 깊은 산에 은거하면서 갈조(鶡鳥)의 깃털로 관(冠)을 쓰고 다녀 이렇게 불린다. 황로(黃老)의 학문을 근본으로 삼았고, 형명(刑名)의 술법을 접합했다.
한서(漢書)⋅예문지(藝文志) 도가편(道家篇)에 '갈관자 1편'이 실려 있는데, 당송(唐宋) 이후에 내용이 덧붙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