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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Nov 29. 2015

절대 계약내용 바꿔주지 않겠다는 甲을 공략하라

제가 업무 현장에서 겪은 실제 사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 문제상황 / 의뢰상황 


▷ 의뢰인인 대박광고(가명)는 00공사와 광고계약에 관한 계약을 진행 중이었음. 


▷ 하루에도 몇 십만명이 이용하는 00공사의 각종 시설물에 대박광고가 제3의 업체(광고의뢰인)로부터 광고를 수주한 후 그 시설물에 광고를 집행하는 형태의 계약임. 


▷ 00공사가 당연히 ‘울트라 갑’, 대박광고는 ‘을’의 입장이었음. 


▷ 00공사가 관련계약서(광고 운영 계약서)를 대박광고측에 보내 왔는데, 00공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대박광고에게는 불리한 조항이 많았음. 


▷ 대박광고는 00공사에게 계약서 내용의 일부 수정을 요구했으나, 00공사 담당자는 일관되게 ‘우리는 모든 업체와 동일하게 계약을 진행하고 있어서 못바꿔줍니다’라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음. 




▷ 하지만 현재 계약서 내용으로는 대박광고 측에 불리한 조항이 많아서 그대로 계약했다가는 나중에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큰 상황. 


▷ 00공사를 설득해서 계약서 내용을 변경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싶다는 의뢰를 대박광고측으로부터 받음.  

■ 진단


▷ 통상 이런 경우 ‘울트라 갑’은 답답할 것이 없기에 뻣뻣한 태도를 취함.  ‘억울하면 출세하쇼’ 컨셉의 안하무인 갑에게는 아무리 좋은 말로 설득해봐야 소용이 없음. 약하게 보이고 읍소하는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 인식의 일치. 


▷ 그럼 반대로 ‘세게’ 나가야 함. 세게 나가기 위한 법률 검토에 돌입. 


▷ ‘어느 일방이 계약서를 모두 작성하고 이에 대해서 세부적인 변경을 허락하지 않는 것’은 특수한 계약의 일종인 ‘약관(約款)’으로 취급한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 및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입장임. 


▷ 일단 약관으로 인정되면 그 내용은 대단히 공정(fair)해야 하며, 만약 조금이라도 ‘을’에게 불리한 내용이 있으면 이는 무효가 됨.  


▷ 현재 갑의 담당자가 ‘우린 모든 업체와 동일하게 계약을 진행하고 있어서 계약 내용 못 바꿔 줍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우리 계약은 약관입니다’의 의미가 되는 것임.


■ 처방


▷ 의뢰인인 대박광고 담당자에게 다음 사항을 지시. 


‘갑’의 담당자로부터 문서나 메일로 ‘우리는 모든 업체와 동일한 계약을 사용하고 있으니 수정이 불가합니다’라는 내용의 답신을 받으세요.


▷ 그 다음에는 굿가이 뱃가이 전술을 통해 ‘00공사의 이 광고계약 건은 약관으로 취급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불공정약관임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수도 있겠다는 뜻을 은근히 비춘다(물론 이 과정에서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   




■ 협상결과


 대박광고 담당자(김부장)는 00공사 담당자에게 여러차례 계약 변경을 이메일을 통해 주장했고, 00공사 담당자는 이메일을 통해 ‘우리 공사는 모든 업체와 동일한 내용으로 계약하며 변경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내용을 밝혀 옴(증거 확보)  


▷ 더구나 00공사 담당자는 ‘조건이 맞지 않으면 어차피 우리는 당신네 회사(대박광고)와는 계약할 수 없다. 괜히 힘빼지 말라’는 식의 무례한 내용까지 이메일에 담아서 보내옴.


 대박광고 영업 담당자인 김부장은 굿가이, 대박광고 고문변호사인 조우성 변호사는 뱃가이의 역할을 맡기로 함. 


 김부장이 00공사에 가서 설명. 


“사실 저는 00공사의 입장을 이해하는데요, 저희 고문변호사가 그 동안 저와 담당자님간에 주고받은 메일을 보더니, 


‘이 계약은 그럼 약관이라는 말이잖아요. 좋습니다. 어차피 대박광고가 광고계약을 못 딸 바에는, 그 동안 00공사가 계약했던 모든 계약이 다 불공정 약관임을 주장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합시다. 00공사의 부당한 처사를 그대로 보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라면서 펄펄 뛰는 겁니다. 특히 그 때 보내오신 이메일에서 ‘우리는 계약 내용을 거의 바꾸지 않는다’는 부분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볼 때 100% 약관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하던데요.” 


 이 이야기를 들은 00공사 담당자 당황.


김부장은 “저희들과의 계약 뿐만이 아니라 그 동안 00공사가 진행해 왔던 모든 계약이 전부 무효화될 수 있다고 우리 고문변호사가 펄펄 뛰던데요”라고 언급함으로써 불난집에 부채질까지 함. 


 00공사 담당자로서는 자신의 이메일로 인해 문제가 확대될 것을 우려하여, ‘그럼 계약 내용 중에서 어떤 점을 고치기를 원하느냐’는 식으로 입장 변화. 


대박광고 김부장은 내가 지시한 대로 가장 독소조항인 ‘위약벌 조항’과 ‘계약해지 사유’ 부분에 대해서 제안을 했고, 담당자는 ‘도저히 변경이 불가능하다’면서 큰소리 칠 때는 언제고, 그 부분을 선선히 변경시켜 줌., 


 그러면서 00공사 담당자는 ‘고문변호사 그 사람, 꼭 좀 진정시켜 주세요. 문제가 확대되면 전 큰일납니다’면서 김부장에게 신신당부. 김부장은 00공사 담당자에게 ‘네, 제가 어떤 식으로든 우리 변호사가 경거망동하지 않도록 붙들어 매겠습니다.’라고 답변. 


 결국 대박광고는 그 어느 회사(乙)도 감히 관철하지 못한 공정한 계약을 00공사와 체결할 수 있었음.  





■ 교훈 


▷  제대로 된 협상을 위해서는 때로는 전문지식이 동원되어야 한다(본 사례의 경우 ‘수정이 불가능한 일방적인 계약’은 ‘약관’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와 약관규제법의 조항을 활용) 


 상대방의 약점을 잡았다 하더라도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굿가이 뱃가이 전술을 활용해서, 현업 담당자는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하라.


▷ 상대방이 ‘갑’이라고 해서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법률들은 약자인 ‘을’을 더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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