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로 무장한 다음 한치도 밀리지 않으면서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 성공적인 협상가가 취해야 할 자세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오히려 내 지식이 부족함을 알리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협상가들은 협상 중이라도 진지하게 상대방에게 조언을 구할 경우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다고 한다.
상대가 무언가를 깨우쳐준다면 내가 미처 놓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내 전문분야가 아닐 경우 상대의 한 마디는 내게 큰 정보가 될 수 있다. 그런 기회를 놓치기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상대는 지금까지 나와 대립된 입장에서 팽팽한 주장을 겨루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조언을 구하자 상대는 본인 입장이 아닌 내 입장에서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어떤 식으로든 조언을 줄려면 상대는 입장전환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입장전환이 양적으로 어느 정도일지는 개별적인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대립되는 입장에 있던 상대가 한번쯤 그 입장전환을 도모한다는 것은 협상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결코 손해볼 일은 아니다.
위에서 말한 입장전환이 어느 정도 성공한다면, 상대는 내게 도움을 주기 위해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다.
우리는 인정에 대한 욕구를 갖고 있다(존 듀이). 누군가가 자신에게 조언을 요청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을 인정해 준다는 의미이고, 그런 대우를 받게 되면 그 인정에 보답하기 위해 나도 무언가를 해줘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을 갖게 된다(상호성의 법칙). 완고하던 상대의 내면에 미묘한 파장을 줄 수 있다.
누군가를 도와줄 때 자신의 자존감이 올라가고, 그 경험은 본인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심리학자들은 자신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보다 자신이 도움을 준 사람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인다는 실험결과를 제시한다. 따라서 누군가와 친해지려면 그 사람에게 사소한 부탁이라도 해보라고 조언한다. 상대에게 조언을 구하는 말을 하는 것만으로 상대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나아가 나에 대한 인상을 좋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면 충분히 해봄직한 시도 아닐까?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은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살이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