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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Feb 25. 2016

그녀의 증언

조우성 변호사의 법과 인생

예전에 제 후배가 진행했던 사건 내용에 기초하되,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변형했음을 알려 드립니다.

김선화씨가 처음으로 내 사무실을 찾아왔을 때, 그녀는 정신이 거의 반쯤 나간 상태였다.


“변호사님, 우리 지점장님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발 좀 살려주세요.”


선화씨의 남편인 권세형씨는 시중 A은행의 지점장이다. 대출과정에서 고객으로부터 3천만 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혐의로 어제 저녁 퇴근길에 긴급체포되었다고 한다. 내일 오전에 법원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라 급히 변호사를 선임하여 대응하기 위해 선화씨가 나를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선화씨가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는 내용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혐의가 있다고 보아 피의자가 일단 체포되면, 그 다음 날 구속여부를 판가름 짓는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된다. 그렇다면 피의자를 변호해야 할 변호사는 피의자를 접견해서 사건의 내용을 파악한 후 어떻게 변호해야 할 지 그 방향을 의논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긴급체포 된 후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기 직전까지의 시간 동안, 수사기관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 등을 대면서 변호사와 피의자가 만나는 것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변호사는 사건의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채 다소 두루뭉술한 방향으로 구속영장실질심사에 대응해야하는 막막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나는 극도의 불안에 떨고 있는 선화씨를 진정시킨 후 대화를 진행했다. 그런데 선화씨와 대화하면서 이상한 점 하나를 발견했다. 

선화씨는 남편을 지칭할 때 ‘남편, 00아빠, 그 사람’이 아니라 반드시 ‘우리 지점장님’이라는 호칭을 썼다. 남편을 그렇게 존경하나 싶을 정도로 남편을 지칭할 때는 극존칭을 쓰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우리 지점장님은 하늘에 맹세코 절대 부정한 일을 하실 분이 아닙니다.”


“우리 지점장님은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분하셔서, 제가 지점장님 차를 타 본 일이 거의 없습니다. 은행에서 유지비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 차는 꼭 공적인 일에만 사용하시는 분입니다. 그런 분이 뒷돈(리베이트)을 받았을 리가 없습니다.”


부인에게 이 정도의 신뢰와 존경심을 받고 사는 남편이 몇 명이나 될까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권지점장이란 사람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됐다. 



구속영장실질심사 결과 권지점장은 결국 구속되었다. 권지점장은 계속해서 범죄혐의를 부인하고 있었기에 판사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본 것 같다.


검찰이 제기한 범죄사실(배임수재)은 이러했다.


“2008년 5월 17일 피의자 권세형은 A은행 00 지점에서 대출심사를 받고 있던 B사 상무 김00으로부터 대출에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현금 3천만 원이 들어 있는 쇼핑백을 받음으로써 업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전을 취득했다.”



이에 대한 권지점장의 항변이다.   


“김상무가 식사하고 헤어질 때 쇼핑백을 건네 주더군요. 전 한사코 안 받을려고 했는데 작은 선물이니 성의로 받아달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묵직해서 쇼핑백 안의 포장물을 뜯어봤더니 지폐다발이더군요. 깜짝 놀라서 그 자리에서 김상무에게 돌려줬습니다.




한 사람은 돈을 줬다고 하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받은 돈을 돌려줬다고 하는 아주 희한한 사건이다. 두 사람 중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은 돈을 줬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진술을 믿는 경우가 많다.


돈을 준 사람도 처벌되는 마당에, 돈을 주지도 않았는데 거짓말로 처벌을 각오하고 돈을 줬다고 진술하겠느냐 라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즉 자신도 처벌될 각오를 하고 진술을 하는 사람의 말이 더 믿음직스럽다는 것이다. 


그런데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첫째, 돈을 줬다고 하는 사람은 돈을 받은 사람보다 훨씬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수사기관의 주 타겟이 ‘돈을 받은 사람’일 때에는 수사기관은 돈을 줬다는 사실을 자백하라는 압력을 가하면서 ‘당신에 대해서는 최대한 선처해 주겠다’는 식의 협상 카드를 제시한다. 


이 때 심약한 사람들은 어차피 빠져나가기 힘든 상황이니 차라리 수사기관이 원하는 대로 진술하는 것이 낫겠다면서 자포자기 상태로 허위진술을 하는 경우가 있다. 


둘째, 무언가를 부탁했는데 그 부탁 내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탁을 한 쪽에서는 억하심정으로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는 경우가 있다. 특히 상대방이 공무원인 경우, 뇌물을 줬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하는 악의적인 고소인들이 더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저도 대출이 잘 진행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본점 심사부에서 마지막에 ‘승인불가’ 결정이 내려진 겁니다. 알고 봤더니 B사가 거래처에게 지급하지 못한 대금들이 꽤 있더군요.


요즘은 전산망이 잘 되어 있어서 금융권 연체정보만 잡히는 것이 아니라 거래처 미수금까지 모두 추적됩니다. 본점 심사부 입장에서는 거래처에 그 정도로 돈을 갚지 못하는 업체에 어떻게 거액의 대출을 할 수 있겠느냐는 판단을 한 것이죠. 충분히 납득이 됩니다. B사 입장에서는 대출이 자기네들 마음 먹은 대로 잘 안되자 갑자기 제게 항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이런 식으로 저를 음해하는 겁니다.”


권지점장의 설명도 일리가 있었다.


다만 돈을 줬다는 쪽에서 자신의 주장을 전혀 굽히지 않고 있으니 이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선화씨는 이틀에 한 번 꼴로 내 사무실을 찾아왔다.

하지만 그녀가 사건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었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는 김상무가 돈을 건넸다고 하는 5월 17일 저녁 상황을 물어봤지만 그 날도 권지점장은 정상적으로 퇴근했고 별 다른 일이 없었다고 했다.


권지점장은 내게 강력히 선화씨를 증인으로 세울 것을 요청했다.


나는 어차피 선화씨가 피고인의 부인이므로 법원에서 신빙성 있는 증인으로는 봐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권지점장은 강력하게 증인신청을 요구했다.


“집사람은 저를 잘 압니다. 직접 증거는 안 되더라도 제가 어떻게 살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업무를 해왔는지에 대해서 집사람이 법정에서 증언해 주면 분명 판사님도 제게 유리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남편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부인, 부인을 어떻게든 증인석에 세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픈 남편.

보통 남편이 구속되고 나면 좋던 부부관계도 위기를 맞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이 부부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선화씨에게 형사 법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선화씨는 다소 불안한 표정으로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제가 어떤 점을 증언하면 될까요?”라고 물었다.


“별로 걱정하실 것은 없습니다. 질문사항은 제가 미리 정리해 드릴께요. 남편분이 5월 17일 저녁에 쇼핑백을 들고 오거나 다른 특이한 사항이 없었다는 점, 평소 공과 사를 분명히 하며 매사에 원칙적이었던 남편분의 생활태도 등을 솔직하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선화씨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아. 정말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점장님이 하루 빨리 석방돼야 할 텐데요. 고혈압이 있으신데 걱정입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형사재판이 시작됐다.


1차 공판 때는 검사가 공소사실을 법원에 밝히고,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에 대해서 권지점장에게 추궁했다. 물론 권지점장은 쇼핑백을 건네 받은 사실은 있으나 그 내용물을 확인하고는 바로 돌려줬다는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로부터 2주 뒤 2차 공판이 진행됐다.


검찰은 권지점장에게 쇼핑백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김상무를 증인으로 불러서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데 주력했다.


김상무는 5월 17일 저녁에 분명 3,000만 원이 든 쇼핑백을 권지점장에게 건넸으며 권지점장이 그 쇼핑백을 돌려준 일은 없다고 분명히 진술했다.


나는 피고인의 변호인으로서 김상무에 대한 반대신문을 통해 김상무의 증언을 탄핵(사실이 아니라고 다투는 것)하려 노력했으나 김상무가 워낙 완강한 입장이라 탄핵이 쉽지 않았다.


나는 다음 공판기일에 피고인의 부인인 김선화씨를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자 예상했던 대로 재판부는 “어차피 피고인의 부인인데 객관적인 증인으로 부르기에는 부적절한 것 같은데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진술서로 내시죠.”라면서 증인 채택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러자 권지점장은 자신이 직접 발언권을 얻은 뒤 이렇게 말했다.

  

“판사님, 제가 정말 억울해서 그럽니다.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제 집사람이 잘 압니다. 제 집사람은 신앙이 두터워서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을 사람입니다. 꼭 증인으로 채택해 주시길 바랍니다.”


재판부는 한참을 생각한 뒤 김선화씨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권지점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저, 변호사님, 제가 증인으로 꼭 나가야 할까요?
안 나가면 안 될까요?”


재판부에서 다음 공판기일에 선화씨를 증인으로 채택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하려고 전화했더니 선화씨는 이렇게 말했다.


“부담 갖지 마세요. 전에 말씀드린 대로 제가 묻는 말씀에 ‘네’라고만 답하시면 되고, 남편분께 유리할 만한 사항이 있으면 추가로 말씀하셔도 됩니다. 사실대로 말씀하시면 충분합니다.”


“사실대로요... 네. 알겠습니다.”


선화씨의 끝 말이 내게 긴 여운을 남겼다.


그러고 보니 선화씨가 나를 마지막으로 방문한 것이 2주도 넘었다. 더구나 오늘 공판에 참석도 안했고. 사흘이 멀다 하고 내 사무실을 찾아왔던 그녀였는데. 요즘 무슨 일이 있나 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드디어 3차 공판일,

선화씨는 증인으로 선서한 후 증인석에 앉았다.





판사는 선화씨에게 주의를 줬다.


“증인, 피고인과 부부사이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사실과 다른 증언을 하면 안됩니다. 그럼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아셨죠? 사실대로만 말씀하세요.”


선화씨는 판사의 말에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사전에 선화씨에게 보내줬던 증인신문사항에 맞춰 증인신문을 시작했다.


“증인은 1994년 8월 피고인과 결혼한 후 현재까지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으며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지요?”

“네”


“피고인의 성격은 상당히 고지식한 편이라 때로는 다소 답답해 보일 정도이죠?”

“네”


“2008년 5월 17일 저녁, 피고인은 9시쯤 퇴근해서 집으로 왔지요?”

“네”


“그 날은 손님과 저녁 식사가 있다고 해서 별도로 저녁식사를 준비하지 않았지요?”

“네”


“그 날 저녁, 피고인이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한 것은 전혀 없지요.”

“아뇨, 좀 이상했습니다.”


어? 이게 무슨 소리?


원래 약속된 바로는 이 질문에 대해서도 ‘네’라고 대답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내가 당황하고 있으니 재판장이 끼어 들었다.


“어떤 점에서 이상했는지 자세히 말씀해 보세요.”


그러자 선화씨는 눈을 지그시 감고 또박 또박 말을 이어갔다.


“갑자기 제게 만 원짜리 뭉치 2개를 줬습니다.
200만 원이라고 하면서 애들이랑 쇼핑하라고 했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 동안 전혀 이런 말이 없었는데.

순간 내 옆에 있던 권지점장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평소 빠듯한 월급으로 지냈는데,
갑자기 공돈이 생긴 거 같아서 저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재판장은 다시 질문했다.

“그 돈이 어디서 났는지 물어 보지 않았습니까?”


“평소 저는 지점장님께 질문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보너스를 받았거나 뭐 그런 줄로 알았습니다.그 날 지점장님이 묵직한 쇼핑백을 들고 들어 왔는데 그게 뭔지 궁금했지만 별도로 물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이건 또 뭐야?


지금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문제의 쇼핑백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

권지점장이 그 쇼핑백을 집에까지 들고 왔다는 말인가?
그리고 평소와는 달리 큰 돈을 갑자기 부인에게 건넸다는 진술.
완전 최악이다.

재판장도 황당하다는 듯 나를 보면서 “증인 신문 계속 하실 건가요?사전에 회의 같은 거 안하셨나요?”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머리가 하얘졌다. 선화씨가 또 무슨 폭탄선언을 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추가 증인신문을 하기가 두려웠다.


나는 판사에게 말했다.

“더 이상 질문하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선화씨가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제 남편은 위선자입니다! 위선자!라고 단호하게 외쳤다. 나는 그 날 공판을 어떻게 끝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재판 이후 나는 여러 차례 선화씨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3차 공판 사흘 뒤 나는 서울구치소에서 권지점장을 접견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지점장님!”

나는 귀신에 홀린 사람의 심정으로 권지점장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오히려 권지점장은 담담했다.


“그저께 집사람으로부터 장문의 편지가 왔더군요. 다 제 잘못입니다.”


권지점장이 김상무로부터 3,000만 원이 든 쇼핑백을 받았고, 이를 집에 들고 갔으며, 그 중 200만 원을 빼서 선화씨에게 건넨 것이 진실이었다.


“그럼 지금까지 제게 거짓말을 하셨던 겁니까?”


“네, 죄송합니다. 솔직히 겁이 났습니다. 그리고 제가 계좌로 그 돈을 받은 것이 아니라 현금으로 받았기 때문에 저만 끝까지 우기면 무죄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유죄의 입증은 검찰이 해야 하는 거라면서요?”


나는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선화씨가 남편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증언을 했다는 사실이다. 남편을 하늘같이 생각하던 그 녀 아니었던가.


부끄럽습니다. 변호사님. 집사람이 모든 것을 다 알아버렸습니다.”


권지점장은 선화씨로부터 받은 편지를 내게 보여줬다. 선화씨가 법정에서 증언하기 전 날 작성된 것으로 깨알 같은 글씨로 5장 분량의 편지였다.





1) 권지점장은 퇴근 시간에 갑자기 체포되었기에 권지점장의 자가용은 검찰청에서 몇 일 압수하고 있다가 보호자인 선화씨에게 인수인계했다. 선화씨는 그 차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일단 주차시켜 두었다. 평소 공무에만 이 차를 사용한다는 것을 워낙 강조하던 남편이었기에 남편 차에 선화씨가 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2) 권지점장이 구속되고 나서 선화씨는 사건 뒷바라지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재판이 시작되고 어느 정도 주위가 정리된 상황에서 선화씨는 권지점장의 개인 사물을 챙겨보았다. 혹시라도 재판에 도움이 되는 물건이 있나 싶어 지하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권지점장의 차도 샅샅이 뒤져 보았다.


3) 그런데 그 자가용 트렁크에서 권지점장에게 내연녀가 있음을 알려주는 자료들(사진, 편지, 생일카드, 비행기 티켓, 선물꾸러미)이 발견된 것이다. 두 사람이 주고 받은 편지와 국내, 국외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선화씨는 그 동안 철석같이 믿었던 남편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에 몸을 떨었다.


4) 특히 권지점장이 김상무로부터 3,000만 원을 받은 이후에, 내연녀에게 비싼 보석 목걸이와 가방을 사주었고, 같이 태국여행을 다녀 온 내용들이 카드와 사진들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5) 선화씨는 고민했다. 과연 이 모든 것을 알고 난 상황에서 남편을 위해 진심으로 변호사와 회의를 진행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 법원에서 증인으로 채택이 되었고, 선화씨는 결국 남편을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에 진실을 밝히기로 한 것이었다.


6) 권지점장과는 이혼을 할 생각이며, 아이들의 양육권은 선화씨가 가질 것이고, 만일 이에 반대한다면 이혼소송이라도 할 것이란다. 얼마가 되었던 권지점장이 형을 살고 나오면 그 때 완벽하게 서류 정리를 하자고 밝혔다.


“결국 제 발등을 제가 찍은 겁니다.
이런 줄도 모르고 집사람을 반드시 증인으로 세우자고 했으니...”





권지점장은 결국 유죄가 인정되어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권지점장은 2심에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그대로 형이 확정되었다.





나 역시 권지점장에게 우롱당한 것 같아 사건이 끝나자 더 이상 권지점장이나 선화씨에게 연락을 취하지는 않아,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판사님, 제가 정말 억울해서 그럽니다.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제 집사람이 잘 압니다. 제 집사람은 신앙이 두터워서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을 사람입니다. 꼭 증인으로 채택해 주시길 바랍니다.”


법정에서 판사에게 자신의 부인을 꼭 증인으로 채택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권지점장이 했던 말. 이런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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