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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Mar 25. 2016

사자성어 사용의 나쁜 예

후배 K는 버릇처럼 사자성어를 잘 인용합니다. 

적재적소에 활용되는 사자성어는 대화의 격을 높여주죠.


예전에 K가 어느 분을 소개 받아 협업에 대해 논의 하던 중
아무리 생각해도 그 분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답니다.

그 분이 계속 같이 해보자고 강권하자 K는 "그건 아무래도 족탈불급입니다."라고 말했답니다.
거절의 뜻을 완곡하게 사자성어로 표현한 거죠.  


그러자 그 분이 엄청 화를 내며 그 자리를 떴답니다. 

K는 어리둥절.

나중에 그 분을 소개해준 분이 K에게 하는 말.

"자네는 왜 그렇게 심한 말을 했나? 그 분이 좋은 의도로 협업해보자고 한건데, 거기서 막말을 했다면서?"


잉?
K는 정말 억울했습니다.




"足脫不及(족탈불급)
맨발로 뛰어도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능력(能力)이나 재질(才質)ㆍ역량(力量) 따위가 뚜렷한 차이(差異)가 있어 상대방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


K는 자신이 상대방의 제안을 받아들이기에는 능력이 미치지 못한다는 겸양의 말을 한 것인데, '족'자가 쎄게 발음되면서 뭔가 상대방이 엄청난 오해를 했던 모양입니다. 

사실 족탈불급이라는 사자성어가 그리 쉬운 건 아니니...


오해를 풀려고 하자니, 오히려 상대방이 그 사자성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을 밝히게 되는 꼴이 되어 그리도 못하고.

뭐 그런 경험이 아주 오래전에 있었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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