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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Mar 21. 2021

열반

涅槃*


放緣遂玄寂 (방연수현적) 인연을 놓아 깨달음에 이르니,

往來皆無用 (왕래개무용) 오고 감이 무엇인가.

靈光亦煩惱*(영광역번뇌) 신령스런 광채 또한 번뇌러니,

今彩只虛㣑 (금채지허용) 지금 모습 다만 빈 그림자일 뿐.


2021년 3월 21일 오전. 산 길을 걷다가 보니, 어제 내린 비에 ‘진달래’ 꽃이 땅에 떨어져 있다. 이 세상에 ‘진달래’라는 虛名으로 와 잠시 머물다가 마침내 지금 저 모습이 되었지만, 사실은 이미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열반’에 이르렀을 것이다. 하지만 우둔한 중생인 나는, 거기 있는 빈 껍데기 그림자에 천착하여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았다. 모든 것이 이와 같지 않을까?  


* 涅槃: 산스크리트어 Nirvana의 한자 음역이다. 이 말은 부처에 의해 새롭게 정립된 개념으로 알려져 있다. Nirvana, 즉 ‘열반’은 ‘(바람이) 불기를 멈추다.’ ‘(촛불을) 불어서 끄다.’ ‘(촛불이) 불어서 꺼진 상태’라는 뜻으로서 음가만 빌려 ‘열반’이 되었다. 한자로 옮긴 ‘열반’을 한자의 뜻에 따라 의역하자면 ‘죽어서 멈춘 상태’를 의미한다. 불교에서는 이 ‘열반’을 寂滅(적멸), 滅度(멸도), 圓寂(원적) 또는 그냥 寂(적)의 뜻으로 사용한다. 즉 ‘열반’은 ‘貪嗔癡(탐진치)’의 타오르는 번뇌의 불을 끄고 깨달음의 지혜를 완성하여 지극한 평안함에 놓인 상태를 뜻한다. 바로 解脫(해탈)을 의미하며, 불교의 수행과 실천이 지향하는 궁극의 목표이다. 


* 靈光: 百丈 悔海(백장 회해, 720~814)의 선시에 등장하는 단어. 중국 당나라 중기의 선승으로 馬祖 道一(마조도일)의 문하이다. 6조 慧能(혜능)의 직제자가 南岳 懷讓(남악 회양)이고, 그 제자가 마조도일이다. 그리고 백장으로 이어지니 그가 9대째 조사인 셈이다. 다음이 黃檗 希運(황벽 희운)이고, 이어서 臨濟 慧照(임제 혜조)이다.  백장산(百丈山)에서 살았기 때문에 백장이라고 부른다.  


백장은 선의 규범인 百丈淸規(백장청규)를 제정해 교단의 조직이나 수도생활의 규칙 등을 성문화 했다. 그의 수도생활은 매우 준엄해 “하루를 無爲로 지내면 그날은 굶는다”고 할 정도였다. 많은 제자가 그에게 모여들었는데, 그중에서도 黃檗 希雲(황벽 희운)과 潙山 靈祐(위산 영우) 두 사람이 유명하다. 희운의 제자가 임제인데 임제는 臨濟宗(임제종)의 종조가 되었고 위산은 潙仰宗(위앙종)을 개창하였다.


그 백장의 선시 중에 ‘영광독로’라는 구절이 있다.


靈光獨露逈脫根塵(영광독로형탈근진) 신령한 빛 홀로 드러내니 세상을 벗어나고

體露眞相不拘文字(체로진상불구문자) 본체가 드러난 참됨은 문자에 묶을 수 없네.

眞性無染本自圓成(진성무염본자원성) 참된 성품은 물들지 않아 원만한 본성이니,

但離妄緣卽如如佛(단리망연즉여여불) 헛된 인연만 여의면 곧 여여한 부처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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