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片雰紛 (화편분분) 꽃 잎 어지러이 날리고
氣凝生幡濩天地 (기응생번호천지) 기운이 뭉쳐 일렁이다 천지로 퍼지니,
妖瓣順流載聚結 (요판순류재취결) 꽃잎은 그 덩어리에 실려 흐르는구나.
漠漠虛空幽瀉下 (막막허공유사하) 아득한 허공에서 그윽하게 아래로 쏟아져,
蓐草花盛示考景 (욕초화성시고경) 새싹 나고 꽃피니 이것은 햇살이로다.
2021년 3월 29일 아침 출근길. 2019년 학교를 옮기면서 진주시 금산면과 진성면에 걸쳐있는 질매재를 아침마다 넘어 다닌다. 가을에는 안개가 가슴을 지그시 누르고, 지금처럼 봄이면 벚꽃 가로수가 마음을 환하게 한다. 복도 이런 복이 없다. 일부러 찾아와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반드시 그 길로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 이런 좋은 길이니 내 생애 여러 복 중에서 이만한 것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風景’이라는 한자는 ‘바람’과 ‘햇빛’을 뜻하는 글자로 이루어졌지만 ‘바람’과 ‘햇빛’만으로 해석하는 것은 너무 야박한 일이다. ‘바람’이라는 글자에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수평(가로)적 상황을 의미한다. 우리가 가진 시야로 볼 수 있는 가로로 펼쳐진 세상의 움직임이 이를 테면 ‘풍’이라는 글자로 요약된 것이다. (그래서 바람 앞에는 방위가 붙는다. 동서남북)
그런가 하면 ‘경’은 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드 수직(세로)적 상황이다. 수평의 세상을 세로로 분할하는 그 모든 것, 대표적으로 우리 머리 위, 한 없는 공간에서 쏟아지는 햇살로부터 비와 눈, 떨어지는 꽃 잎과 낙엽까지 중력에 따라 밑으로 내려앉는 그 모든 것이 ‘경’이라는 글자에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당연히 아래에서 위로 솟는 그 모든 것도 ‘경’의 이미지에 부합한다. 새로 돋는 새싹과 꽃 잎, 쑥쑥 뻗어 올라가는 나무들이 역시 경의 이미지와 다르지 않다. 하여 두 개의 이미지가 합해진 풍경(즉 가로의 세상과 세로의 세상이 우리의 눈을 통해 확인되는 순간)을 보는 순간, 우리는 그것이 매우 조화롭다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