頭頭是道 物物全眞*(두두시도 물물전진)
花開幽下木 (화개유하목) 꽃 피니 나무 아래 그윽하고,
鳥飛洗上空 (조비세상공) 새 날아오르니 하늘 위 맑아지네.
斜枉不歸顧*(사왕불귀고) 삐뚤 함은 본래로 돌아가지 않는데,
靑山本色告 (청산본색고) 푸른 산만 본모습 찾겠지.
2021년 4월 2일 오전. 학교 주변에 피었던 이른 봄 꽃 들은 사라지고 그다음 차례 꽃들이 소리 없이 여기저기 피어나고 있다. 봄은 자연 그 자체로는 참 그윽한 계절이다. 하지만 한반도의 봄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 세월, 우리의 봄은 슬픔 투성이다. 4. 3은 우리에게 여전히 피멍으로 남아있고 4.16은 마음의 짐으로 해마다 떠 오를 것이다. 삐뚤어진 것을 바로 잡고 그 상처가 치유될 때까지 충분히 공감하고 지원하여야 하는데, 지금 우리는 그저 상처를 덥고 가는 것에 급급하지 않은지……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자연은 언제나 저렇게 완벽하게 아름답지만 그 속에 있는 우리는 삐뚤어진 그대로, 아픔을 가진 그대로, 그저 시간만 보내고 있음을 돌아오는 봄마다 느끼게 된다.
* 백장회해(百丈懷海: 749~814)의 ‘백장록’을 원오극근(圜悟克勤: 1063–1135)이 ‘백장록 강설’로 풀이하면서 쓴 말이다. 한국불교에서 인정하는 조사 선맥에서 백장회해는 9대 조사이고 원오극근은 제48대 조사이다. 원오극근의 유명한 제자로 대혜종고가 있다. 대혜종고는 오늘날 한국불교의 주류 참선 방법인 '간화선'을 처음 시도한 조사로 유명하다. '두두시도 물물전진'은 원오에 따르면 '비로화장세계'를 뜻하는 말이다. 즉 연화장 장엄 세계로서 화엄사상의 실현을 비유하는 말이다. 사물 하나하나가 모두 도이고 사물 하나하나가 모두 진리라는 뜻이다.
* 『장자』 ‘도척’에서 세상의 모습을 ‘사왕’으로 보았다. 즉 삐뚤어진 상태라는 의미이다.
사진은 벚꽃 좋은 날 어느 산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