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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pr 04. 2021

물끄러미

茫然*


去春憒塵垢 (거춘궤진구) 봄 지나는 어지러운 세상,

綠樹旣湖邊*(록수기호변) 초록 나무 이미 호수를 둘렀구나.

皆言凡涬溟*(개언범행명) 모두 혼돈의 세상이라지만,

眞理無損屛 (진리무손병) 진리는 손상도 가림도 없어라.


2021년 4월 4일 오후. 내가 사는 동네 호숫가를 돌아보니 이미 초록이 가득하다.  4월의 대한민국은 혼돈 속이지만 진리는 별 다른 손상 없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세상 속에 살고 있으니 나도 하는 수 없이 흉흉하고 어지러운 세상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자연은 쉽게 손상되지 않고 또 절대로 가려지지 않으니 곧 진리 자체이다. 나는 다만 무심하게 그 위대한 자연을 바라볼 뿐이다.  


* 『장자』 대종사, 지극히 無心한 모양을 이렇게 표현했다.


* 孟浩然의 시 ‘過故人莊’에서 차운함. 맹호연은 중국 당나라의 시인. 전원생활의 소소한 일상과 조용한 자연의 정취를 담은 많은 작품을 남겼다. 


* 涬溟: 혼돈과 같은 말. 즉 어지러운 세상을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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