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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Mar 20. 2021

춘분 날 짓다


春分日愚作


白華衆壑繁*(백화중학번) 흰 꽃 골짜기마다 번성한데,

心中濛微雨 (심중몽미우) 마음은 안개비처럼 흐리다.

机上一握想 (궤상일악상) 책상 위 한 움큼 생각,

贋作盡勒縐 (안작진륵추) 가짜 시에 억지로 구겨 넣는다.


2021년 3월 20일 춘분 아침. 어제 창원에서의 유쾌하지 못한 기억이 남아, 아침까지 마음을 지그시 누른다. 어제 모인 사람들 중, 연구 협력관으로 오신 분들의 태도가 내내 찜찜했다. 상급기관에 있으면 모두 그렇게 변하는가? 상대방의 말과 상대방의 의견에 대하여 권위적이고 위에서 내려다보듯이 이야기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것은 그분들이 가진 삶의 태도 문제다. 웃음을 잃고 무표정으로 딱딱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권위적이고 효과적이며 다른 의견의 개진을 사전에 차단할 것이라는 생각으로부터 어제의 그 태도가 나왔을 것이다. 


지식의 총량으로 평가하자면 나를 포함한 거기 모여있는 모든 분들이 도토리 키 재기가 아닌가? 겸손하고 부드러우며 상대의 의견을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면, 오히려 상대로부터 권위가 부여됨을 왜 알지 못할까? 나이의 문제도 아닌 것이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도 아닌데......


아파트 앞 산에 흰 꽃이 드문 드문 보이는 비 추적추적 내리는 날 봄날 오전, 억지로 20자 글자에 내 감정을 구겨 넣는다.  



* 王維의 終南山에서 차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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