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메이데이,…. ‘그람시’를 떠 올리는 하루

by 김준식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Francesco Gramsci, 1891~1937) 이탈리아의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저 유명한 문화적 헤게모니-패권(Egemonia culturale)의 중요성을 역설한 이탈리아 공산당 창설자. 주요 저서 ‘옥중수고(Quaderni del carcere)’가 있다.


노동자의 날, 뉴스는 온통 삼성 상속세 이야기가 더 많다. 미친 세상 아닌가? 적폐 언론들은 온갖 美辭麗句를 동원하여 삼성 미술품 기증을 찬양한다. 역겹고 치사하며 분하다. 노동자를 탄압한 삼성 아닌가? 노조 창설을 막기 위해 삼성은 저 유명한 법무팀을 가지고 있는데 변호사만 30명이 넘고 전체 인원은 500명이 넘는 거대 조직이다. 언론의 역할은 이런 것을 세상에 알리고 불편 부당함을 이야기해야 할 것 아닌가! 하기야 내가 뭘 기대하는가!!!


도대체 (삼성을 비롯하여 세계의 거대 기업들을 보면) 자본주의가 이렇게 끈질긴 생명력으로 괴물처럼 지속되는 것은 자본주의 자체의 우수성 때문인가 아니면 외부적 요인의 끝없는 변혁과 개입 때문인가?


그람시는 이 문제에 집중하면서 자본주의의 유지 이유를 “문화적 헤게모니”에서 찾았다. 그가 말하는 “문화적 헤게모니”란 계급구조가 가지는 대립적 관계를 지배적인 권위와 경제적 풍요를 통해 지배 복종의 관계로부터 융합적, 통합적 관계로의 발전에 대한 묵시적 동의를 얻어내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지배계급의 강제와 동의의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우리가 잘 아는 어용 노동자들의 변질이 여기서 비롯된다.) 사실 이 논리는 러시아 혁명 당시에 노동자 계급의 융합이라는 대의에 부합하기 위해 이미 그 기초로 제공된 바 있다.


그람시의 생각을 오늘날에 대입하여 본다면 이러한 정치적인 헤게모니의 장악은 경제적 종속의 관계에 대한 감각을 둔화시키고 동시에 도덕적 지적 수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산되어 지배 계급의 정신을 거의 완전한 형태로 전파시킬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게 되고 최상층에 존재하는 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의 흠결을 보충하면서 동시에 그 위협이 될 만한 모든 것들을 사전에 감지, 제거 혹은 수정함으로써(삼성의 노조 파괴공작, 이 나라 노동조합 결성률의 지지부진, 사람들의 노동 감수성…) 자본주의 생명력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가 표현한 변형 주의나 확장적 헤게모니의 표현이 이러한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20세기 초에 있었던 그람시의 생각이 오늘날에 완전히 부합하기는 어렵다. 어떤 면에서는 참고사항조차도 되지 못한다. 20세기 초의 그림시는 세상이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로 진화하리라고는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생각한 자본주의의 유지 원인으로 본 도구로서의 ‘헤게모니’의 작용은 상당 부분 오늘날에도 적용되는 면이 있다.


우리는 이미 많은 부분에서 자본에 마취되어 많은 감각이 둔화되고 있다. 자본가들 보다는 자본의 정신에 의해, 좀 더 상세하게 보자면 그 정신의 조건적 통제에 의해 그렇게 되어 가고 있다. 사실 이제는 어디서부터 자본주의의 문제점인지 또는 아닌지에 대한 경계도 흐려져 있다. 따지고 보면 이 흐릿하고 불투명한 것 자체가 벌써 “헤게모니”에 의한 동의요 그 동의로부터 비롯된 동화이다.


이미 죽은 그람시를 통해 현재 살아있는 그리고 끝없이 유동적인 자본주의를 본다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 하지만 그람시의 치열했던 삶과 생각을 통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오늘은 노동자의 날이다. 대한민국은 2017년 기준 ILO 가입국가 중 가장 낮은 노조 결성률! 2021년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