得意忘象*(득의망상)
無心世看事*(무심세간사) 무심코 세상일을 보니
處處漫穢氣 (처처만예기) 곳곳에 악취가 질펀하다.
扃扉心中門 (경비심중문) 마음의 문을 잠그면,
夢中酩香臭 (몽중명향취) 꿈 속에는 향기에 취하는데.
2021년 5월 10일 흐림. 아침 뉴스를 듣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사회 모든 곳에서 부조리와 비인간, 몰염치와 독선이 판을 친다. 노동자들은 퇴근을 기약할 수 없는 위험 환경 속에서 일하다가 매년 2천 명 이상이 주검이 되어 귀가한다. 엉뚱한 곳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이한 언론과 자신의 과오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뻔뻔하게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까지…… 건강하고 아름다운 뉴스는 이미 뉴스가 아닌 세상이 된 지금, 홀연히 마음의 문을 닫고 싶어 진다. 하지만 이 세상에 발을 담그고 있으니 그 경지는 요원하기만 하다. 한편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세상에 뛰어들어야 하는데 그것도 만만치 않다. 하여 엉거주춤 세상 한쪽에 서 있으면서 위 글의 경지를 꿈꾸어 본다. 일상의 아득한 날들이 여전히 강건하게 지속되는 아침이다.
* 得意忘象: 王弼(226 ~ 249) 이야기. 『정신을 터득했다면 상은 잊으라!』라는 뜻. 왕필은 삼국 시대 위나라 사람이다. 천재는 요절하는가? 그가 24세의 나이로 죽을 때 이미 道德經, 老子 등의 노장 경전과 유교의 周易에 대한 탁월한 주석을 남겼다. 이러한 주석서들을 통해 중국 사상에서 형이상학적 기초를 세우는데 기여했으며, 이후 여러 가지 성리학 저작의 바탕이 되었다.
* 金時習의 喜友見訪 중 한 구절을 용사함. 김시습은 조선 초의 성리학자, 문학가. 천재 시인으로 꼽기도 하고, 계유정난으로 집권한 세조를 반대하여 절의를 지킨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꼽는다. 선비이면서 승려가 되어 기행을 벌인 奇人이며, 최초로 남녀 사이의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 ‘금오신화’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