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은 다르지 않으니......

by 김준식

萬物齊同* (만물제동)


微雨凝露麥芒端 (미우응로맥망단) 가는 비 보리 까끄라기에 이슬로 응겼으니,

串珠不定濕穗焉 (관주부정습수언) 구슬을 꿰었는지, 이삭이 적셨는지 정하기 어렵다.

隨處面貌齊同異 (수처면모제동이) 처지에 따라 모양은 같거나 다르지만,

未始有封衆象虛*(미시유봉중상허) 본래 구별이 없으니 여러 모양은 비어있음인가.


2021년 5월 17일 아침. 어제 찍은 사진을 놓고 몇 자 적어 본다. 보리 까끄라기에 빗 방울이 구슬처럼 꿰어져 있다. 가는 비가 내리니 오히려 물방울이 더 많다. 보는 태도에 따라 보리 까끄라기가 구슬을 꿴 것으로 볼 수도 있고, 아니면 빗물이 보리 이삭을 적셨다고 볼 수도 있다. 물이라는 속성을 가진 빗방울이 땅에 내리면 스며들어 물줄기가 되기도 하고, 이렇게 보리 이삭에 내리면 구슬처럼 엉겨 있다가 햇살이 나면 다시 증발하여 날아가 버린다. 본질은 같으나 현상이 달라지니 마치 다른 존재처럼 보이는 것이다. 세상일이 모두 이와 같아서 우리는 늘 迷惑 속에서 살고 있다.


* 萬物齊同: 만물을 모두 동일하다. 『莊子』 齊物論의 핵심 내용

* 未始有封: 제물론에 이르기를 道는 본시 구별이 있지 않음. 곧 도는 본시 이것저것의 구별이 없고 한 덩어리의 혼돈이었다는 뜻.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