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適

by 김준식

自適


林靜似太古 (림정사태고) 숲 속은 태고 같은데,

無事此逍徜 (무사차소상) 일없이 어슬렁거리네.

嚴整萬物動 (엄정만물동) 만물의 움직임은 엄정하니,

我心素已閒*(아심소이한) 내 마음 소박하고 한가로워라.


2021년 5월 21일 오전. 비가 그쳤다. 며칠 동안 눅눅했던 마음을 털어내고 학교 숲 길을 고요하게 걸었다. 학교 숲을 아이들이 자주 이용해주면 좋겠는데 일부 아이들은 벌레가 무서워 잘 오지 않는다. 뱀을 본 1학년들이 혼비백산하는 바람에 가끔씩 나와 걷던 아이들도 발길을 끊었다. 이제 선생님 몇 분과 나만 이용하는 길이 되었다. 조금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이 숲길을 걸을 아이들이지만 한 동안은 뜸할 것이 분명하다.

비 온 뒤 숲과 하늘이 너무나 맑다. 그 사이 내가 있다.


* 我心素已閒: 처음부터 ‘소박하다’로 풀이하기도 한다. 王維의 ‘靑谿’ 한 구절을 차운하다. 왕유는 중국 당나라의 시인이자 화가로서 자연을 소재로 한 서정시에 뛰어나 ‘시불’이라고 불리며, 수묵 산수화에도 뛰어나 남종 문인화의 창시자로 평가를 받는다. 字는 유마거사를 너무나 좋아하여 摩詰(마힐)이라 했는데 汾州(분주, 지금의 山西省 汾陽)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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