陳腐(진부)
旣難竿頭進一步*(기난간두진일보) 한 걸음 나아가기는 이미 어려워졌고,
淸剛雅正時散亂 (청강아정시산란) 맑고 굳세며 우아하고 단정함도 이제 흐트러졌네.
時流無常我不流 (시류무상아불류) 시절은 잘도 흐르는데 나만 흐르지 않으니,
凝神靜息望空山 (응신정식망공산) 정신을 모으고 숨을 고요히 하여 빈 산을 바라보네.
2021년 5월 28일 아침 출근길. 2004년 왕가위가 만든 ‘2046’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왕가위 특유의 모호한 은유가 있는 영화였지만 스토리는 기억이 희미하다. 그 모호한 영화의 주제 음악을 우연하게 들었다. 사실 그런 음악을 내가 가지고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기계가 스스로 선택한 순서대로 나오다 보니 이 음악을 흘러나왔나 보다. "둥 다락 닥" 거리는 음률이 이 아침 매우 서늘하게 다가왔지만 실제 음률 자체는 매우 진부하다. 약간 불쾌하지만 음악을 작곡한 사람은 일본 사람이다. Shigeru Umebayashi - 2046 Main Theme (With Percussion)
지난 일주일 알 수 없는 감정에 흔들린 듯하다. 지나온 일들과 다가올 일들이 혼재되어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사실 내 의지가 개입할 그 어떤 구석도 없는데, 마치 내가 모든 것을 조정하고 처리할 수 있을 것처럼 문제를 떠안고 있었나 보다. 나의 진부 함이다.
그래서 주말이 필요하다.
* 송나라 때 '石霜 礎圓(석상 초원)' 선사가 말했다. “백 척의 장대 끝에서 어떻게 해야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겠는가?” 이런 질문을 예상한 것처럼 당나라 때 '長沙景岑(장사 경잠)' 선사는 미리 답변을 남겼다. “백척간두에 앉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아직 眞은 얻지 못함이라! 백척간두에서 모름지기 한 걸음 더 나아가야만 十方世界에서 본모습을 드러내리라!!!”
'석상 초원' 선사는 준엄한 선풍의 임제종의 대종사로서 '汾陽 善昭(분양 선소)'의 법을 이었고 문하에 '黃龍 慧南(황룡 혜남)', '楊岐 方會(양기 방회)'라는 걸출한 선사를 제자로 두었다. '석상 선사' 이후 임제종의 '황룡파'와 '양기파'라는 두 물줄기가 생겼으니 이는 '석상'의 문하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나라의 '장사 경잠' 선사는 '南泉 普願(남전 보원)'의 법을 이었으며 '趙州 선사와 사형, 사제 관계이다.
그림은 최북의 공산 무인도다.
https://www.youtube.com/watch?v=V6bSq_OtB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