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주도 학습'의 허상

by 김준식

어제 내가 속한 지역교육청에 교육감과의 정책 토론회가 있었다. 교육감과 관내 학교 교장 선생님들이 2021년 6월 현재, 코로나로 엉망이 된 교육현장의 여러 문제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잘 준비된(약간은 과도해 보이기는 했지만) 회의장 분위기와 교육감의 솔직한 태도가 잘 어울리는 토론회였다.


코로나를 거치며 학교 교육(공 교육)의 여러 문제가 드러나기도 하고 또 의외의 동기로 문제가 해결되기도 하는 가운데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이 학생들의 ‘학력격차’ 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은 교육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매우 절실하다. 어제 토론회에서 그런 방법 중 하나로 여러 교장 선생님들이 선택한 방법이 바로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의 함양이었다. 회의를 마치고 오늘 아침까지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도대체 이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이라는 것을 어떻게 함양한다는 것인가에 대한 懷疑였다.


학습능력은 엄밀하게 말해서 ‘재능’이다. 마치 운동 능력이나 예술적 자질처럼 거의 타고난 '능력'에 가깝다는 것이 솔직한 나의 생각이다.(통설에 가깝다.) 그런데 이 학습능력이라는 말 앞에 ‘자기 주도’라는 말이 더해지니 이것은 우리에게 선천적으로 부여되는 능력조차도 후천적으로 배양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어 논리적 오류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용어를 ‘자기 주도 학습’으로 한정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자기 주도 학습’의 사전적 의미는 학습자가 주체가 되어 학습과정을 스스로 이끌어 나가는 학습활동으로서 학습자 스스로 주도권을 가지고 학습목표의 설정하고 그 목표에 부합하는 학습전략의 사용하여 목표점에 도달한 후, 학습 결과 또한 스스로 평가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최초의 ‘자기 주도 학습’의 모형은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에서 발견된다고는 하나 약간의 과장이 있어 보인다. 루소나 페스탈로치가 주장한 이론에서 ‘자기 주도 학습’의 개념이 있기는 하지만, 근대적인 학습 방법으로 ‘자기 주도 학습’을 제시한 사람은 미국의 평생 교육학자인 말콤 놀즈(Malcolm Knowles, 1913~1997)이다. 그는 1968년 발표한 ”아동교육이 아닌 성인교육(Andragogy, not pedagogy)”이라는 논문에서 성인교육(andragogy)과 아동교육(pedagogy)에는 차이가 있으며, 교사가 주도해야 하는 아동교육에 비해 성인교육은 ‘자기 주도 학습’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여기서 놀즈의 주장을 정확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자기 주도 학습’의 대상은 분명하게 성인교육이라는 것이다. 아동들에게는 ‘자기 주도 학습’ 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런 관점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놀즈의 논문 주장인 것이다.(교사가 주도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를테면 ‘자기 주도 학습’은 성인에게 있어서 가능한 이야기이지 아동들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놀즈의 입장이다.


놀즈는 이러한 ‘자기 주도 학습’의 원리로 개별화, 기초·기본 학습력, 상호작용, 주도성, 즐거움을 주장했는데 아동은 앞의 어떤 원리도 쉽게 적용할 수 없다.(매우 특별한 아동도 있지만 보통 수준에서 이야기 한다.) 즉, 아동이 개별적으로 학습을 하기도 어렵고 기초 학습력은 여전히 없으며 상호작용 또한 거의 가능하지 못하다. 뿐만 아니라 학습을 통해 즐거움에 도달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이야기다. 따라서 아동들에게는 이런 원리를 적용한 ‘자기 주도 학습’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다시 말하자면 대부분의 아동들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학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능력을 함양한다는 것은 성인 교육의 방법론의 등장한 ‘자기 주도 학습’의 본래 취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버린 엉뚱한 주장에 가깝다. 아이들은 그럴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할 ‘능력’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학교와 선생님, 그리고 가정과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아이들에게 ‘자기 주도 학습’은 어렵다. 다만 공교육은 이러한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뿐이다. ‘자기 주도 학습’의 능력은 성인이 되어서도 부단한 노력 끝에 마침내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하기 좋은 말로 아이들의 ‘자기 주도 학습 능력’ 함양은 이제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 오로지 내 생각이다. 차라리 아이들을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방법(더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인력과 예산의 투여)을 찾아보는 것이 더 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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