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제법 건달로 소문난 일곱 집이 있다. 조상에게 물려받은 재산으로 그럭저럭 별 노력 없이 재물을 일궜는데 그 조상들은 옛날부터 탐학질로 떠들썩했던 집안이다. 지금도 동네 여기저기 간섭을 해대는 것을 보면 아직도 조상들 버릇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그 일곱 집에서 해마다 돌아가며 잔치를 벌이는데, 그 잔치에 일곱 집 외에 동네에서 몇 집을 잔치에 초대한다. 음식 몇 점 나눠먹는 일인데 초대되는 집들은 무슨 벼슬이라고 동네에서 우쭐해한다. 이런 형세가 약간은 서글퍼 보이지만 세상일이 늘 그렇지 않나? 올해는 다섯 집인가 초청을 받았는데 그중 한 집이 우리 집이다.
사실 초대를 하는 이유는 일곱 집 중심으로 돌아가는 동네 사정을 알려서(좋은 말로 설득하고) 일곱 집 식구들의 편리를 도모하고자 하는 것인데 내가 보기에는 일곱 집이 하는 일을 묵인하고 추인하라는 으름장이나 아니면 은근한 협박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동네에서 새롭게 형편이 나아진 한 집이 있는데 예전부터 있었던 일곱 집만큼 위세가 대단하다. 그 집안의 형세가 갑자기 좋아진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워낙 물려받은 땅이 넓고 식솔들이 많은 탓도 크다. 어쨌거나 그 집에 여러 문제 중에 하나가 형제가 서로 등 돌리고 따로 사는 것인데, 이 일을 일곱 집이 은근슬쩍 개입하는 바람에 동네 분위기가 별로 좋지는 않다. 이번 잔치에서도 이 집안의 형제 중에 차남 편을 드는 이야기를 대놓고 하는 것을 보면 일곱 집과 이 새로운 집이 당분간은 으르렁거릴 모양이다.
문제는 이번에 초청받은 우리 집 사정이다. 우리도 형제가 서로 등 돌리며 산지 벌써 70년이 넘어가는데 그 차 중에 찌불째불 싸우기도 여러 번 했고, 그나마 요즘은 아예 이야기를 주고받지도 않을 만큼 냉랭한 상태다. 거기서 우리 집안 대표는 동네의 여러 현안들에 대한 해결방법을 일곱 집이 주장하는 이야기대로 그저 고개만 끄덕거린 모양이다. 일곱 집 대부분은 우리 집안과 사이가 좋지 않다. 그중 한 집안은 우리와 불구대천의 원수다. 일곱 집이 심정적으로는 모두 우리와 불구대천의 그 집 편인데 우리가 거기에 왜 가서 고개를 끄덕여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표면적으로는 그래야 한다지만.....
동네 건달 일곱 집들은 이렇게 동네에서 惹鬧(야료)를 부리며 사는데 우리 집은 언제쯤 동네에서 어깨 펴고 당당하게 할 말 하며 살아볼꺼나…
세상일이 참 우리 뜻과는 다르게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