飮斗垠文香與星巴克之盃(음두은문향여성파극지배: 두은문향을 스타벅스 잔으로 마시다.)
肥遯時聒聒*(비둔시괄괄) 여유로운 생활은 때때로 어리석어,
壹茗無茶具 (일명무다구) 찻잎만 있을 뿐, 다구는 없네.
幽誠轉㬎味 (유성전현미) 그윽한 정성이 미묘한 맛으로 전해지니,
感應有相求 (감응유상구) 서로 찾음이 통하였구나.
2021년 6월 16일 아침. 수일 전, 진주문고 여태훈 대표께서 지난 봄 동안 직접 만드신 茶를 주셨다. 차 이름이 두은문향이다. 해마다 베풀어 주시니 늘 은혜에 보답할 길이 없다. 이런저런 일로 바빠 차를 음미할 시간이 없다가 드디어 오늘 아침 차를 마시려니 성품이 여유로워(게으르고 미련하여) 이렇다 할 茶具가 없다. 茶罐은 어찌어찌해서 있으나 熟盂도 없고 金花烏盞(금화오잔)이나 翡色小甌(비색소구)는 더더욱 없다. 차를 주신 대표님께는 너무나 송구스럽지만 하는 수 없이 커피를 먹는 스타벅스 잔에 차를 마신다. 하지만 향기와 맛이 그윽하여 대표님의 정성이 그대로 전해진다. 느낌이 통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 비둔: 주역의 33번째 遯卦(둔괘)는 好遯, 嘉遯, 肥遯으로 나누어 설명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