層層花 2021
個花別色貌 (개화별색모) 꽃마다 모양과 색이 다르고,
壹莖諸彩顯 (일경제채현) 한 줄기에도 여러 빛깔로 나타나네.
萬緣俱不有*(만연구불유) 아무런 인연 남지 않았는데,
盛夏此重格 (성하차중격) 한 여름 이 꽃, 다시 오는구나.
2021년 6월 18일 아침 출근길. 주차장을 빠져나오니 동네 몇 집에 핀 접시꽃이 한창이다. 긴 줄기에 무한 꽃차례로 피어나는 꽃은 늘 나에게 영감을 준다. 아마도 해마다 접시꽃에 대한 글을 쓰는 것 같다. 그래서 제목에 아예 년도를 붙였다.
접시꽃은 모양이 크고 화려하다. 하지만 홑꽃잎이라 오래 견디지는 못하는 단점이 있다. 그 단점을 보완하려는 듯 줄기 끝까지 꽃망울이 맺히는 무한 꽃차례의 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누군가의 시 때문에 왠지 슬픈 느낌을 가진 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장마를 앞두고 한 여름을 알리는 가장 화려한 꽃들 중 하나다. 이 시절 산에는 자귀나무 꽃이 피어 날 것인데……
인연에 대한 이야기는 접시꽃의 무한 꽃차례를 두고 언젠가 모 선사께서 攀緣(반연: 인연에 의지하고 이끌림. 휘어잡고 의지하거나 기어 올라감.)이라 하신 말에 터잡아 한 말이다.
* 嚴維(엄유)의 同韓員外宿雲門寺(동한원외숙운문사) 중 한 구절을 차운함. 엄유는 당나라 시인으로 생몰 연대의 알 수 없으나 8세기 중엽의 인물로 추정됨. 全唐詩(전당시)에 시 64수가 실려 있다. 그의 시는 매우 감각적인 시로 알려져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