放下着
往者余不及*(왕자여불급) 가는 것에 내가 미치지 못하고,
來者亦不拒 (래자역불거) 오는 것 또한 막지 못하네.
名色是空寂*(명색시공적) 몸과 마음은 영원하지 않아서,
召云外諸緣 (소운외제연) 이르노니 모든 인연을 멀리하여라!
2021년 7월 1일 오후. 하루 일과 중에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점심시간이다. 지수중학교로 학교를 옮기면서 학교 주변을 약 30분 정도 산책하면서 생각도 하고 정리도 한다. 지난해에는 기간제를 하는 선생님과 거의 일 년을 걸었고 올해는 행정실에 계시는 분과 같이 걸었다.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또 나의 쓸데없는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의 인연은 늘 만남과 헤어짐이 있는 법, 기간제 선생님은 올 초에 떠났고 행정실의 그 양반은 7월 1일 자로 다른 학교로 이동하였다. 하여 오늘은 혼자 걷고 있는데 행정실의 그 양반 전화가 왔다. 12 연기로 뭉쳐진 번뇌의 삶이 오늘도 이어지고 있으니 스스로 방하착의 넋두리를 해 본다.
* 굴원의 이소 중 한 구절을 차운 함.
* 放下着: 중국 당나라 시절 어느 날 탁발승 엄양존자가 조주선사를 친견한 자리에서 엄양존자가 가르침을 청하면서 "하나의 물건도 가져오지 않았을 때는 어찌합니까"" 하고 물으니, 조주선사는 "방하착 하라"고 답한다. 말 그대로 ‘내려놓아라’는 의미이다.
* 名色(명색) naamaruupa: nama는 名(명), rupa는 色(색)을 말한다. 이름만 있고 형상이 없는 것을 명이라 하고 물질적 존재인 육체를 색이라 한다. 즉, 名은 비물질적인 것을 가리키고, 色은 물질적인 것을 가리킨다. 여기서 비물질적이란 정신(마음)을 말하고, 물질적이란 몸을 말한다. 따라서 명색은 몸과 마음을 말한다.
* 空空寂寂: 우주 만물이 모두 실체가 없고, 비어 있어 불변하는 것이 없다는 말. 줄임 말 空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