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응

by 김준식

感應


蕪沒於空山 (무몰어공산) 빈 산에 잡초 무성하지만,

無關與諸形 (무관여제형) 제 모습대로 서로 관계없다네.

天地有大美*(천지유대미) 천지에는 커다란 아름다움이 있으니,

微滴次綠影 (미적차녹영) 가는 물방울, 푸른 그림자에도.


2021년 7월 6일 오후. 장마가 시작되더니 그 기세가 무섭다. 천지에 비가 하염없이 내린다. 점심을 먹고 걸을 수 없으니 조금 답답하다. 빗 속을 뚫고 걸을 수도 있지만 보기에 썩 좋은 풍경은 아닐 것이다. 다름 사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다.


‘감응’이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 사물을 보고 그것을 ‘받아’ 혹은 사태를 ‘당하여’ 느끼는 것이다. 내가 사물을 보지 않으면 사물로부터 그 어떤 것도 받거나 당할 수 없다. 내가 사물을 바라보고 그 사태에 당면해야만 사물, 혹은 사태는 내게로 와서 감각을 깨우고 여러 갈래의 감각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래서 당나라의 유종원은 그의 시집 ‘마퇴산모정기’에서 “아름다운 것은 스스로 아름다울 수 없다. 사람에 의해 그 아름다움이 드러나게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주역에는 특별히 이 감응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하고 있다. ‘복괘’, ‘건괘’, ‘함괘’, ‘대유괘’에서 감응을 비유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서양에서도 ‘affect(감응)’에 대한 논의는 근대 철학을 관통하고 있는 큰 주제이기도 하다.


향나무 잎 끝에 맺힌 물방울에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 있다. 내 생각일 뿐이지만.


* 莊子 知北遊(지북유): 천지자연은 커다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말로 표현하지 않으며 사계절은 밝은 법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따지지 아니하며 만물은 이루어진 이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