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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ul 21. 2021

카라바지오와 빛의 신비로움

Vocazione di san Matteo, c. 1599-1600. Contarelli Chapel, Church of San Luigi dei Francesi


이탈리아 출신의 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카라바지오, 1571~1610)에 대한 평가는 매우 다양하다. Giovanni Baglione(지오반니 발리오네)와 함께 빛의 극단적 명암을 이용하여 사물을 극적으로 나타낸 화가이다. 이 극단적 명암 사용법을 Chiaroscuro(키아로스쿠로 ; Tenebrism 테네브리즘과도 관계가 있음)라고 부른다. 카라바지오의 대표적인 작품 대부분은 이 방법에 의해 제작되었는데 이 방법을 사용한 그림은 극단적 어둠을 배경으로 하고, 그 위에 주인공들을 배치함으로써 그림의 대상을 오늘날 3D처럼 매우 입체적으로 느끼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카라바지오의 젊은 시절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1600년 이탈리아 화단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큰 성공을 거두더니 1606년 살인죄로 사형을 선고받고 로마를 도망쳐 나와 이탈리아의 섬 몰타에서 그리고 나폴리에서 여러 가지 시비에 휘말려 다른 사람의 공격을 받고 1610년 40세 되던 해 죽음을 맞이했다.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살다 간 그의 삶이지만 그의 그림은 그의 삶보다도 더 큰 영향을 유럽회화에 미치게 된다. 그는 매우 격정적이었고 동시에 공격적이었으며 결혼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아이도 없었다. 그런 연유로 카라비지오는 독립된 여성 누드를 단 한 점도 그리지 않았다. 


이 그림 Vocazione di san Matteo(성 마태를 부르심)은 그의 전성기였던 1599~1600년 사이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그림에서 그는 키아로스쿠로의 방식을 이용하여 성서의 한 장면을 그리기는 했지만 단순히 성서를 옮겨 놓은 이전의 성서화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를 창조했다. 


짙은 어둠 속에 7명의 사람들이 있다. 두 명은 서 있고 나머지는 앉아있는데 앉아있는 남자 중 두 명은 고개를 숙이고 뭔가에 집중하고 있다. 책상 위의 물건은 돈으로 Matthew(마태)는 자신의 직분(세금 징수 원)에 맞게 걷어 온 세금을 집중해서 정산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 창 밖으로부터 강렬한 빛이 그에게로 쏟아져 들어오고 그 빛 언저리에 두 명의 남자가 서 있다. 


그중 한 명의 손이 마태를 가리키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그의 머리 위에 성스러운 사람을 나타내는 Halo(광배)가 있다. 그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였다. 성경 마태복음에는 그를 마태라고 했으나 마가복음ㆍ누가복음에는 레위로 되어 있다. 예수의 12제자 중 한 명인 마태의 처음 직업은 헤롯왕 밑에서 일하던 세리(稅吏 - 세금징수원)였다. 그러나 예수께서 Capernaum(가버나움) 부근에서 그를 불러 그의 사도로 만들었는데 그 순간을 카라바지오는 이렇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와 마태에게 비치는 빛은 구원과 선택의 빛이다. 예수께서 그를 선택했다는 것은 예수의 손이 그를 가리키고 있음으로 알 수 있는데 앉아있는 한 명이 손가락으로 마태를 가리키며 예수의 가리킴을 반복하여 나타낸다.(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가리키는 그를 마태로 보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으나 지금은 돈을 세고 있는 젊은이를 마태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 예수를 가리고 있는 사람은 마태보다 더 일찍 사도가 된 Paulus(바오로)가 분명하다(막대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공간을 채운 빛과 짙은 그림자는 중세를 넘긴 서양인들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그림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성서의 표현은 찬란하고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이 통례였고 더군다나 예수 그리스도를 어둠과 사람 속에 거의 묻어 놓다시피 하고 다만 분위기로 그분을 알게 하는 이런 형식의 그림은 신성모독에 가까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 그림을 통해 카라바지오는 더욱 신성한 예수의 이미지를 재현하였는데 어둠 속에서 빛으로 나타난 또 다른 예수를 우리는 경험하게 된다. 


카라바지오가 시용한 이 빛의 사용은 그 뒤 많은 화가들에게 계승되었는데 이들의 경향을 테네브리즘이라고 부른다. 빛의 사용에 있어 카라바지오로부터의 영향인지는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네덜란드의 유명한 화가 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렘브란트, 1606~1669)가 그의 그림에서 사용한 빛의 모범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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