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없던 시절 2014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테델 미술관에서 그의 그림을 만나 한 참 동안을 앉아 그림을 보았다. 그 시절이 그립다.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는 1632년 네덜란드의 델프트에서 화가의 아들로 태어나 43년 평생을 그곳에서 살았다. 그는 일생 동안 단 35점의 그림만을 그렸으며, 오랜 시간 잊혀 오다가 19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진가를 인정받기 시작하였다. 그는 현재 빛의 화가라 불릴 정도로 사물의 표면에 비치는 빛의 현상과 작용에 뛰어나, 빛과 색채를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표현했다는 찬사를 듣고 있다. 그는 빛을 통해서 사물을 표현하고 공간을 구성하고자 했다.
17세기 초,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일련의 화풍은 서양미술사에서 일대 사건으로 불리기도 하는 것으로 회화예술에까지 큰 변화를 가져왔다. 네덜란드가 80년 전쟁 끝에 가톨릭 교회를 거부하고 신교를 받아들임으로써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 전 시기까지의 서양미술의 주제가 대부분 신화, 서사적 영웅, 그리고 종교적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던 반면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의 한 부분은 매우 일상적인 세계의 모습, 우리가 살고 있는 그리 영웅적이지 않은 소박한 모습들을 회화 속에 담아내기 시작하였다. 바로 네덜란드 `장르화’라고 불리는 그림들이다.
그전에도 일상의 모습이 그림의 주제가 되는 사례가 있긴 했었으나, 대부분 역사와 종교의 틀 속에서 한정적으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장르화에서는 다양한 일상의 적나라한 모습들이 그림의 전면적인 주제로 부각되고 있다. 장르화의 핵심적인 화가들은 선두자 역할을 하고 있는 프란스 할스(Frans Hals)를 비롯하여 램브란트(Rembtandt), 유디트 레이스테르(Judith Jans Leyster), 헤라르트 도우(Gerard Dou), 헤라르트 테르보르흐(Gerard Ter Borch) , 피테르 드 호흐(Pieter de Hooch) 등이 있다.
이 중 한 명인 베르메르 역시 과도기에 들어서자 종교적 신화적 그림을 그리던 시기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풍속화를 그리기 시작하였다. 그가 1669년의 그린 지리학자도 그런 시대적 흐름에서 등장한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