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중학교 철학수업(54)

by 김준식

중학생들에게 이해시키려는 목적으로 썼기 때문에 가끔 방법적 오류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본질을 침해할만한 중대한 오류로 나아가지는 않았습니다. 이해하시고 읽어 주십시오.


A. 이성(理性)은 무엇일까?


1) 이성


‘理性’의 사전적 의미는 감각적 능력과 비교되는 능력으로서 사물을 개념적으로 사유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성’은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게 하는 개념이다. 또한 철학적 의미로 眞僞(진위: 진짜와 가짜), 善惡(선악: 선한 것과 악한 것)을 구별하여 바르게 판단하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성’에 대한 중요한 정의는 바로 ‘동물’과 인간을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사람을 동물과 구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표식이 되는 것이 곧 ‘이성’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이성’을 가진 사람이란 스스로 생각하는 사고의 주체로서의 존재를 의미한다. 이를테면 본인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물리적 능력과 더불어 스스로 사고의 방향을 정하고 그 방향대로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하는 의미이다.


R. 데카르트는 [1], 만인에게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게 갖추어진 이성 능력을 '양식(良識)' 혹은 '자연의 빛'이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2) 이성의 역사


아주 오랜 옛날, 인류가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어쩌면 ‘이성’의 역사가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서로 마찰되어 깨진 돌로 고기를 잘랐더니 손으로 자르는 것보다 더 편리하다는 경험은 ‘돌’이라는 사물을 하나의 대상으로서 생각했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돌’의 모양에 대한 관찰은 경험에 의해 마찰되면 형태가 변한다는 것을 간파하였고 그것을 의식주에 사용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갔는데 이와 같은 행동들, 즉 다양한 사물들을 실험하고 검증하면서 그것들의 특징을 파악하고 그 특징을 삶에 적용하려는 노력으로부터 ‘이성’의 역사는 시작되었을 것이다.(경험에 의한 이성, 즉 경험적 이성) 이러한 인류의 변화 혹은 발전이 ‘이성’의 발전과 일치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많다. 다만 ‘이성’의 발전에 가장 가까운 이야기로 유지되고 있을 뿐이다.


‘이성’을 바라보는 견해는 매우 다양하다. 기록의 문화가 형성이 되고(즉, 역사 시대가 되고), 그 기록의 근거로서 비치는 다양한 것들 중에서 ‘이성’에 대한 이야기는 ‘신화’가 있다.


콘퍼드[2]는 ‘신화’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한다. “올림포스 신들로 표상하였던 Physis [3](피시스, 일반적으로 ‘자연’으로 번역됨)는 원시적인 세계 질서의 표상이었다. 이것을 철학이 넘겨받으면서 그 종교적이고 마술적인 요소는 폐기되었다”[4]라고 말한다. 그는 또 이러한 순간을 “인간은 마침내 빛나는 이성의 대기(大氣)로 나아갔다.”라고 표현했다. 이렇듯 콘퍼드는 철학을 '탈바꿈한 신화'로 파악하여 철학의 신화적 기원을 강조하는 입장에 서고 있다. 그래서 인간들은 변화무쌍한 그 배후에 있는 질서인 피시스에 대한 탐구, 즉 자연에 대한 로고스[5]를 인간의 로고스에 따라 탐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가 하면 칸트[6]는 이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도덕적) 행위가 먼저 제시되는 의지적인 작용을 이성적 능력”. 즉,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고, 자신의 의지를 통해서 도덕적인 행동을 창조해 낼 수 있어야만 이성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론 이성과 구별되는 실천이성이다. [7] 칸트에 의하면 이성이란 진리를 탐구하는 인간 사고의 도구로서 채택하는 가장 근본적인 능력이다.


3) 이성의 효용(이성과 감성의 상호관계)-중학생을 위한 설명


이성은 무엇이고 감성은 무엇일까? 인간에게서 이성과 감성을 구분하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누군가와 분쟁(다툼)에서 우리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먼저 상대방에게 무형, 유형의 의사표시(물리력의 동원과 상관없이)를 행사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모든 의사표시를 참아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자를 감성적인 판단이라고 하고, 후자를 이성적인 판단이라고 한다. 이것은 맞는 해석일까? 참는다는 것은, 의사표시에 비해서 냉철한 부분이 분명 있다. 하지만 이 판단의 배후에는 여러 가지 사고 작용이 있었다. 즉, 의사표시의 결과로 법적 책임을 지거나 혹은 사회적 평판에 흠이 생길지도 판단을 이미 한 후의 일이다. 그런데 법적 책임이나 평판에 대한 흠이 두려운 것은 이성적 작용의 소산인지 아니면 그 자체도 감성인지 쉽게 구별할 수 없다. 이를테면 이성과 감성은 상호 작용하기 때문에 쉽게 구분할 수 없다. 대단히 이성적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조차도 흔히 감성이 이성의 전제라는 점을 잊곤 한다.


[1]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 - 1650): 프랑스의 철학자, 수학자, 과학자, 근대 철학의 아버지, 해석 기하학의 창시자로 불린다. 그는 합리론의 대표주자이며 본인의 대표 저서 《방법서설》에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고 이야기하였는데 이는 계몽사상의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주체'의 근본 원리를 처음으로 확립한 말로 유명하다. 데카르트는 방법서설에서 양식(良識)에 대하여 이렇게 표현한다. "양식(良識)은 이 세상에서 가장 공평하게 배분되어 있는 것이다. 바르게 판단하고, 참을 거짓과 구별하는 능력, 그것이 바로 양식 또는 이성이라고 불리는 것인데, 이것은 날 때부터 타고난 것이며 사람에게 평등하다."


[2] 프랜시스 맥도널드 콘퍼드(Francis Macdonald Cornford, 1874 - 1943)는 영국의 고전학자로, 플라톤, 파르메니데스, 투키디데스를 연구하여 고대 그리스 종교에 관한 고대 철학의 주요 저서들을 번역하였다.


[3] 피시스: 일반적으로 "자연"으로 번역되는 그리스어의 신학, 철학, 과학 용어이다.


[4] 콘퍼드의 책 ‘종교에서 철학으로 - 서양적 사변의 기원 연구(1912)’


[5] Logos: 로고스가 없다고 하면 말이 없다고 할 뿐만 아니라 이성(理性)이 없고 통로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판단으로 나아가는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비율의 뜻도 있다. 그리스 철학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헤라클레이토스나 스토아 철학에서는 이법(理法) 이란 뜻으로 쓰였다.


[6]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 - 1804) 근대 계몽주의 철학을 정점에 올려놓았고 독일 관념 철학의 기반을 확립한 프로이센의 철학자이다. 칸트는 21세기의 철학에 까지 영향을 준 새롭고도 폭넓은 철학적 관점을 창조했다. 그는 인식론을 다룬 중요한 저서를 출간했으며 종교와 법, 역사에 관해서도 중요한 책을 썼다. 그의 탁월한 저서 중 하나인 《순수 이성 비판》은 이성 그 자체가 지닌 구조와 한계를 연구한 책이다. 이 책에서 칸트는 전통적인 형이상학과 인식론을 공격하면서 이성에 대한 명확한 한계를 제시하였다. 이것은 마치 코페르니쿠스의 발견과 비견될 만한 것이라고 쓰고 있다. 그가 만년에 출간한 다른 주요 저서에는 윤리학을 집중적으로 다룬 《실천이성 비판》과 미학, 목적론 등을 연구한 《판단력 비판》이 있다.


[7] Kritik der reinen Vernunft(순수 이성 비판), 제2편 순수 이성의 변증적 추리(2021, 최재희 역) 박영사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