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아침 운동장을 보며 ……

by 김준식

날씨가 덥거나 춥거나 오늘처럼 비가 오면, 우리 학교 아이들은 체육이 어렵다. 더울 때나 추울 때도 문제이기는 하지만 더 문제는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다. 우리 학교는 경남에 있는 중학교 중에 체육관이 없는 몇 되지 않는 학교다. 작은 학교 살린다면서 중학교는, 우리 학교는 왜 이리 찬 밥 신세인가? 안타깝고 참담한 기분이 든다.



실제로 강당이나 체육관 건립은 돈이 많이 든다. 우리 학교처럼 학생 수가 적은 학교는 건립 대상에서 제외된 지 오래다. 아이들에게 좋은 시설은 고사하고 체육수업을 할 공간이 없는 상황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우리 학교 교실 칸 수는 1, 2층 합해 총 11칸이다.(2층 1칸은 철근 뼈대만 세우다 말았다. 학교 건립된 지 4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그대로 그 모양이다.) 학년 교실로 쓰이는 곳이 3칸, 교무실 1칸, 급식실 1칸, 행정실과 교장실 합해서 1칸, 과학실 1칸, 다목적실(최소한의 전체 집합 장소) 1칸, 컴퓨터 실 1칸, 도서실 1칸, 기술실과 미술실 합해 1칸이 전부다. 교육활동의 공간이 절대 부족이다. 아이들 숫자도 적지만 학교의 기본적인 공간도 너무나 작다. 이래 가지고 무슨 교육적 효과가 나오겠는가? 교사 휴게 공간이나 아이들 휴게 공간은 먼 나라 이야기다. 도 교육청에서 외치는 공간 개선 어쩌고 하는 일은 참 우리에겐 사치스러운 이야기로 들린다.



하여 학교장으로서 아이들에게 매 순간 미안하다. 이렇게 작은 공간에서 학교를 다녀야 하는 것이 아이들의 잘못도 내 잘못도 아닌데 교장으로서 미안함이 뼈 아프게 다가온다. 내가 무능해서 그런 것처럼.



강당이 필요한 것은 사실 여름철이다. 땡볕에 아이들은 나가지도 않는다. 물론 비가 오거나 엄청나게 추운 겨울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이 일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이래 놓고 교육부는 2022 교육과정 개정의 표어로 ‘더 나은 미래, 모두를 위한 교육’을 내 건다. 내 마음속을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거친 말이 나온다. 모두에서 농산어촌 작은 중학교는 빠지는 모양이다. (혹시나 해서 이야기하지만 사립 중학교와는 비교하지 말기를.)



왜 이렇게 격차가 나는 것인가? 도시로 아이들을 보내지 않고 여기서 교육을 시키고 싶으나 아이들이 여름 겨울에 쓸 강당 하나 없는 우리 학교에 부모들이 아이들을 보내고 싶을까? 좋은 교육활동으로 명성이 있으면 찾아오는 학교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참 아름다운 망상이다. 우리 학교 이야기를 들은 부모들이 더러는 전화도 하고 또 더러는 찾아 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열악한 공간을 본 부모들이 자신들의 아이들을 보낼 리 만무하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훌륭한 연주자들이 학교에서 연주를 해 주겠다고 해도 적당한 장소가 없다. 정말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현재로서는 대책도 딱히 없다. 그저 교실에서 좋은 수업하고 아이들 잘 보살피는 것 외에는 정말 방법이 없는 것인가?



교육부에 특성화 중학교를 문의했더니 시설을 이야기한다. 선, 후가 바뀐 느낌이다. 도 교육청에는 아예 묻지도 않았다. 지난해 통학 버스 문제를 제기했더니 교육지원청 담당자만 무지하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작은 희망을 거두고 말았다. 도 교육청이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비 오는 날 아침 운동장을 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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