孟秋一考
蟬聲橫竪憐 (선성횡수련) 매미 소리는 어떻든 가련하고,
商雲莫論寥 (상운막론요) 가을 구름은 아무래도 쓸쓸하다.
不求戰不義 (불구전불의) 불의와 싸워도 탐하지 않고,
無顯低不了 (무현저불료) 드러남* 없음을 알 수 없어라.
2022년 8월 26일 아침. 송경동 시인의 《꿈꾸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중에 ‘토대’라는 시를 읽다가 감동하여 시 내용 일부를 용사 하여 글을 쓴다. 한시는 用事가 있어야 한시로서 인정을 받지만, 우리말로 된 시는 인용을 하거나 같은 구절이 있으면 저작권에 의해 처벌받기 쉽다. 우리말의 특성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사실, 인간의 역사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스러진 수많은 존재들로 해서 이루어졌다. 우리가 아는 한, 이름을 남긴 자들은 공명심의 존재들이었고(100%는 아님) 그 공명심은 결국 이기심에 기초하였으며 마침내 대의를 거스르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여기서 대의의 의미까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수많은 무명의 희생을 딛고 그 열매를 탐한 이들이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최소한 인간의 역사는 그러했고 또 그러하며 마침내 그러할 것이다.
기, 승 구에서 짐짓 매미 소리와 가을 구름을 이야기한 것은 대부분의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이야기함으로써 뒤이어 나오는 전, 결 구의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했다.
*'드러남'은 어떤 인위적 요소가 없이 자연스러운 것 임에 반해 '드러냄'은 인위적인 요소가 많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