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의 딸, '남외경' 지음

by 김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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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왔다.


어제 오후에 책을 받고, 또 책을 읽고 아침에 고마움의 편지를 쓴다.( 다 읽지는 못했다.)


책을 보내주신 작가와는 단 일면식도 없다. 오로지 온 라인(페이스 북과 카카오 스토리)에서 관계가 생긴 분이다. 21세기를 살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하다 하겠으나 책을 지은 작가 분과 내 나이가 이미 60을 넘긴 탓에 이런 소통 방식이 조금은 생소하다.


책은 작가의 자서전에 가깝다. 스스로 ‘유년회람’이라고 밝힌 것을 보면 어린 시절 작가의 삶에 대한 작가의 천착이 느껴진다.


책 제목이 ‘어부의 딸’이다. 작가의 고향은 경남 고성군이다. 고성의 위쪽은 내륙이지만 동해, 거류, 삼산, 하이면은 남해 바다와 접해 있다. 작가는 동해면 출신이다. 동해면은 반도적 특성이 있어 거의 3면이 모두 바다다. 그 바다에서 어부의 딸로 태어난 작가는 ‘어부의 딸’이라는 제목의 책에 자신의 소녀시절을 아름답게 펼쳐놓았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바다를 본 적이 없다. 그 흔한 수학여행을 가 본 적도 없다. 산에서 자란 나는 산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했다. 대학 시절 바다를 처음 본 소감은 약간의 낭패감이었다. 어이없게 넓고 툭 트여서 나의 이성이나 감성이 따라갈 수 없는 야릇한 낭패감.


그 바다에서 자란 작가의 글을 산에서 자란 내가 읽는데 너무 공감이 간다.


잘 생긴 공군 출신 어부인 아버지를 좋아하는 바닷가 소녀가 본 세상을 어른이 되어 쓴 글 속에서, 항상 음울하고 비탄에 잠겨있던 좌익 아버지와 첩첩의 산을 보고 자란 나의 세상이 조건 없이 통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가난일 수도 있고 또 결핍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작가의 진솔함에 있을 것이다. 바다처럼 그리고 산처럼 인간의 언어를 넘는 그 무엇인가가 그녀의 책 속에 분명 출렁대고 있다.


옴마(경상도 사투리 엄마)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읽는 내내 목이 뜨거워져서 읽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작가의 어머니는 아직 생존해 계신다.) 아마도 돌아가신 내 어머니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옴마는 늘 걱정이 많으시다. 가난한 시절 끼니와 일꾼들 새참과 자식들 걱정을 항상 머리에 이고 사셨다. 옴마에 대한 글은 어찌나 비슷한지 많이 놀라면서 글을 읽었다.


아직 5장 이후의 글이 남았다. 아이들과 사람들, 바다와 들녘 이야기를 읽고 나면 나는 작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유년의 기억을 이렇게 상세하게, 이렇게 아름답게 기억한 것도 놀라운데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으로 옮긴 것은 더 놀랍다.


내 유년의 기억은 사실 몽당연필처럼 작고 초라하며 동시에 조각조각 나 있다. 국민학교 때 전학을 5번이나 했다. 그래서 기억이 몽당연필처럼 겨우 나다 말다 한다. 심지어 나는 고향을 떠난 지 오래다. 뿐만 아니라 내 고향은 전두환 탓에 모든 것이 변해버려 옛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그렇게 고향을 잊은 나에게 ‘어부의 딸’은 고향처럼 생경하고 동시에 참 아름답다.


늘 피상적이고 관념적인 것에 매몰된 나의 일상에 작가의 삶이 살아서 숨 쉬며 또 온전히 전해지는 이 느낌을 주신 #남외경 선생님께 다시 한번 고마움의 인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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