綠血 녹색 피
秋光徹薄葉 (추광철박엽) 가을빛 얇은 잎을 뚫으니,
䌍網無虛隙 (근망무허극) 촘촘하여 빈틈 하나 없구나.
曇摩此在濜*(담마차재진) 진리는 여기에도 서려있는데,
蒙然不隨應 (몽연불수응) 흐리멍덩하여 눈치챌 수 없네.
2022년 10월 10일 오후 3시 51분. 토요일 산행 중에 찍은 사진에 글을 놓으려 했더니 능력도 모자라고 시간도 없어 미루다가 내일이 되면 완전히 잊을 것 같아 억지로 20자를 끼워 맞추니 참 힘들다.
가을 맑은 햇살이 역광으로 비치는 잎을 카메라로 촬영해보니 어디 작은 틈 하나 없이 촘촘하게 綠血이 흐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렇게 땅 위에 흩어질 나뭇잎이지만 나무는 그 마지막까지 이렇게 지극하다. 어딘들 진리가 없을까? 저 나뭇잎 속에 굽이 굽이 잎맥을 따라 흐르는 녹색의 피와 나무의 지극함 또한 진리의 모습이 아닐까?
* 담마曇摩: Dhamma 초기 경전인 팔리어 경전에서는 부처님의 말씀을 “담마를 설하셨다”, “부처님이 가르치신 담마”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경우 ‘담마’는 ‘가르침’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경우는 가르침이라는 의미보다 진리나 우주 현상, 바른 길 등 광범위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따라서 ‘담마’를 곧장 ‘가르침’이라는 치환하기보다는 그냥 ‘담마’로 번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의미가 좁아지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한자로는 거의 ‘법(法)’으로 번역해서 부처님의 담마를 ‘불법佛法’으로 번역한다. ‘법法’이라고 번역하는 순간 의미가 한정되어 ‘담마’의 본 뜻을 드러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좁은 의미로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 함축적 의미에는 여러 다양한 뜻이 내포돼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진리라고 정의할 경우 사실은 조금 막연한 느낌도 없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