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중학교 철학수업(68)

by 김준식

어제 철학 수업 시간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필사한 우신예찬의 내용 중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한 설명이 계속되었다.(인명이나 지명, 구체적 사건은 일단 제외)



우신예찬이 쓰인 시대는 16세기 초 유럽이다. 여전히 가톨릭이 모든 것을 지배하던 시절에 에라스뮈스는 가톨릭의 문제점을 가상의 신을 이용하여 이야기한다. 그래서 내용이나 문장의 구성이 21세기 대한민국 중학생에게는 어렵거나 생소하다.


특별히 어제 질문 중에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신예찬 전체를 통틀어 가장 자주 나오는 단어 중 하나가 ‘광기’인데 아이들이 그 ‘광기’를 나에게 물어본다.


‘광기狂氣’라는 말은 한자어인데 영어로 옮기자면 ‘madness’에 가깝다. ‘madness’의 어원을 살펴보면 ‘어리석다(극단적으로)’라는 의미와 ‘과격하다’는 의미가 겹쳐져 있다. 또 다른 의미는 ‘lunacy’(정신병- 달의 주기에 따라 그 증세가 달라지는)이라는 의미도 있다.


아이들에게 위 단어의 정의 이야기는 해 주지는 않고, 다만 ‘어떤 일에 몰입하여 마치 미친 것처럼 보이는 느낌’이나 또는 ‘비정상적인 반응이나 행동이 타인에게 마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태도’라고 설명했더니 한 아이가 이렇게 묻는다.


“비 정상이면 다 광기예요?”


“단순히 비 정상을 보고 그렇게 말하지는 않고, 비 정상의 단계를 넘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단계가 일정 기간 지속되거나 또는 갑자기 그 상태에 이르렀을 때를 말하는 것이라고 선생님은 생각한다.”


아이고 내가 말해놓고도 내가 어렵다.


‘광기’의 사전적 의미는 의외로 단순한데 내가 일을 어렵게 만들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어쨌거나 ‘광기’라는 단어를 아이들의 수준에서 이해하기는 조금 어렵다.


다음 아이가 질문했다.


“명제, 그리고 궤변이 뭐예요?”


조금 망설인다. 왜냐하면 궤변이라는 말은 주관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잘 정리해서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처음 듣는 나의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자칫 궤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명제(Proposition)는 참과 거짓을 검증할 수 있는 문장을 말한다.”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사실 조금 찜찜한 구석이 있다. 왜냐하면 정확한 풀이인지 나 자신조차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수학적 개념까지 확장해야 할지 아니면 이쯤에서 덮어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이 말만 덧붙인다.


“수학적 명제는 조건으로 이루어진다. 즉, 두 조건 p, q에 대하여, 'p이면 q이다.'의 형식이다.” 그리고 예를 든다.


예시) 촉석루는 진주에 있다.(참)

김준식은 사람이다.(참)

지수중학교는 고등학교다.(거짓)

2의 배수는 4의 배수이다.( 4의 배수엔 2가 없음, 거짓)


사실 명제라는 말 자체가 일본에서 번역된 것이라 우리말로 설명하기가 쉽지는 않다. 차라리 영어로 풀이해주는 것이 쉬우나 중학생들은 영어 자체에도 알레르기가 있으니……


다음은 ‘궤변’인데 이 말도 꽤나 어려운 용어 임에 틀림없다.


먼저 사전적인 의미로 “궤변(詭辯 sophism)은 주로 설득을 목적으로 하고, 명제를 증명할 때 실제로는 잘못된 논리 전개를 이용하는 추론이다.”로 되어 있지만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 자체가 어렵다. (여기서 소크라테스와 소피스트 이야기는 약간만 했다.)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주로 상대방에게(그 사람이 나에게 동의할 수 있도록) 뭔가를 설명할 때 의도적으로 잘못된 논리 전개 방식을 이용하여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마白馬 비마非馬”(고대 중국의 사상가 공손룡의 궤변)를 예로 든다.


‘백마’는 ‘흰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희다’는 뜻의 ‘백白’과 ‘말馬’이 합쳐져 있다. 그래서 순수한 의미의 ‘말馬’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흰 말白馬’은 ‘말馬’이 아니다.


여기서 잘못된 논리 전개는 ‘흰색’과 ‘말’을 분리한 것이다. 실제로는 분리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의도적 분리를 통해 잘못된 방향으로 논리를 이끌어 갔고, 마침내 ‘흰 말’은 ‘말’이 아니라는 이상한 결론에 이르렀다. 이것이 ‘궤변’이다.


아이들 표정이 알쏭달쏭...... 가르치는 나 역시 어질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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