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걷다 보면 온 산 길을 덮은 낙엽을 본다. 지난봄 싹을 틔워 여러 달 동안 태양 빛을 받아 나무를 키우고, 열매를 키우고, 마침내 아낌없이 떨어져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위대한 순환을 본다.
나무에 달려 있을 때에는 '나뭇잎'으로 불리다가 떨어지면 '낙엽'이 되는 것을 보면 잎을 하나의 주체로 보는 시선은 없는지도 모른다. 물론 나무가 없으면 잎은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떨어진 잎을 보며 잎 자체만을 생각해 본다.
잎의 입장에서 보면 나무도 잎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물론 땅에서 영양분과 물을 빨아들이는 뿌리가 있지만 나무와 뿌리는 한 몸이다. 잎은 한 몸이었다가 가을이 되면 잎 스스로 나무를 위해 아낌없이 떨어져 버린다. 과학적으로도 가을이 되면 잎 스스로 잎 자루에 떨어지기 위한 준비를 한다.( 낙엽은 잎의 잎자루와 가지가 붙어 있는 부분에 떨켜라는 특별한 조직이 생겨나서 잎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떨켜는 잎이 떨어진 자리를 죽은 세포인 코르크로 바꿔 수분이 증발해 나가거나 해로운 미생물이 침입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성질을 갖고 있다. 두산 동아 백과)
노자 도덕경 16장에 이르기를 夫物芸芸 各復歸其根. 歸根曰靜 是謂復命.(부물운운 각복귀기근. 귀근왈정 시위복명.)이라 했다.
“무릇 사물은 무성해지지만 각자 그 뿌리로 돌아가네. 뿌리로 돌아가면 고요함이라, 고요함은 명으로 돌아감이라네.”
정靜은 고요함이다. 고요함은 처음부터 소리 없음이 아니라 번잡한 소리가 마침내 멈췄다는 뜻이다. 얼만 전까지도 번성했던 소리가 마침내 멈추고 본래의 고요함(寂)으로 돌아왔다는 의미이다. 싹이 튼 봄날 이후 땅으로 떨어지기 전까지 나뭇잎은 세상 속에서 온갖 소리와 함께했고, 스스로도 그 소리에 적응하며 유지해왔지만 마침내 땅으로 내려앉은 지금 나뭇잎은 아무 소리도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바로 그 고요함으로 향해 가는 상황을 노자는 명이라 부른 것이다.
즉, “고요함은 명으로 돌아감”이라는 말은 자연에 대한 깊은 탐구와 관찰에서 터득한 고요함이 품은 지극한 이치에 대해 노자적 표현이다. 여기서 명命은 사물의 본성이다. 나무는 나무대로, 잎은 잎대로 본성을 회복하는 것이 곧 명이다. 본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는 것, 역할을 다 하고 마침내 고요해지는 것이 곧 나무와 잎의 명이다.
이 가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제 역할을 다하고 마침내 제자리로 돌아가는 나무와 잎을 보며 우리 역시 깊이깊이 내려앉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