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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an 31. 2023

5만년! 혜성 C/2022 E3

5만 년 만에 돌아온 진객을 맞이하며……


1.

서양에서는 음악을 ‘Music’이라고 표기하는데 뮤직은 원래 그리스어와 라틴어에서 유래하였다. 그리스어 무시케(musikē)는 무사(musa ; 뮤즈)들이 관장하는 기예技藝라는 뜻이다. 무사(복수로는 무사이)는 그리스신화의 주신主神 제우스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로부터 태어난 한 9명의 여신으로, 시신(詩神), 또는 시의 여신으로 번역되며, 각기 서사시 · 서정시 · 비극 · 희극 · 무용 · 역사 · 천문 등을 맡아보았다. 따라서 그리스에서의 무시케는 아주 넓은 의미를 지녔고, 특히 역사나 천문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무시케가 시간이나 운동과 깊은 관계를 지닌 인간활동의 총체를 나타내기 때문이며, 역사나 천문도 그와 같은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라틴어의 무지카(musica)도 좀 더 독특한 의미를 가진 말이다. 본래 무지카란 태양과 달 그리고 행성들과 같은 천체의 이동에 있어서의 조화를 음악의 한 형태로 여기는 고대의 철학적 개념이었다. 피타코라스는 태양과 달 그리고 행성들은 모두 그것들마다의 궤도 공전에 기초하는 고유의 소리(궤도 공명)를 발하며, 지구에서의 우리 삶은 물리적으로 인간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천체 소리의 대의를 반영한다고 했다. 또, 플라톤은 천문학과 음악을 감각과 인지의 ‘쌍둥이’ 학문으로 묘사했다. 즉, 천문학은 눈으로 보는 것이고, 음악은 귀로 듣는데, 이 둘은 모두 수학적 비례에 대한 지식을 요한다고 했다.(서양음악 이론사를 위한 원전 연구: 플라톤의 『티마이오스』와 음악. 김춘미, 1993) 이를테면 고대의 음악이란 우주적 이미지의 표상이었다.


2.

동양과 우리나라에서 빗자루 별(취성 – 빗자루 취, 또는 혜성 – 혜도 역시 대 빗자루라는 뜻이 있다.), 살별(화살)로 불리는 혜성은 영어로 ‘comet’인데 ‘comet’는 이미 1200년경에 "one of a class of celestial bodies which move about the sun in great, elliptical orbits, "(태양 주위를 거대한 타원 궤도로 도는 천체의 한 부류)라는 의미로 쓰였다. 라틴어 ‘cometa’는 "long-haired (star)", "hair of the head"(긴 머리카락 별 또는 머리에 있는 머리카락)라는 의미가 있다.


3.

태양계의 역사와 함께 해 온 혜성을 지구에서 처음으로 관측한 사람들은 우리의 조상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류 역사가 시작되고 혜성 기록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원전 2세기 중국에서 관찰 기록들이 보이고 신라에서는 향가에 혜성가(신라 진평왕 때 융천사融天師가 지은 향가)가 있다. 그 후 『삼국사기』 〈신라본기〉 박혁거세 9년(기원전 49년) 봄 3월의 기록이다. “유성패우왕량有星孛于王良(패성(혜성)이 왕량(카시오페이아 부근)에 이르렀다.


서양에서는 역시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주창된 혜성 이론(거의 기상 현상으로 이해했다.)이 중세까지 이어지다가 기원후 1세기 가이우스 플리니우스 세쿤두스는 혜성이 '사람과 비슷'하며, 혜성의 꼬리를 '긴 머리'나 '긴 수염'이라고 표현하였다.( Hellman, C. Doris ,1971. 《The Comet of 1577: Its Place in the History of Astronomy》 콜럼비아 대학교 출판부. 36쪽)


16세기 튀코 브라헤와 미하엘 메스틀린은 1577년의 대혜성의 시차를 계산하여, 혜성이 지구 대기 바깥의 천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1687년 아이작 뉴턴은 프린키피아에서 혜성의 궤도가 포물선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마침내 1705년 에드먼드 핼리는 뉴턴을 비롯한 많은 선행연구를 통해 혜성의 궤도를 계산해 낸다. 그의 이름을 딴 핼리 혜성의 주기는 75~79년이었다. 1755년 임마누엘 칸트는 혜성이 행성과 다른 '원시 물질'로 이루어져 있어, 중력을 약하게 받아 경사가 큰 궤도를 돌며, 근일점 근처에서 태양열을 받아 증발한다고 추정했다.(comet. Carl Sagan, Ann Druyan. 랜덤하우스, 1985. 84~87쪽)


4.

C/2022 E3은 2023년 현재 5만 년 만에 지구를 찾아온 꼬리별 이름이다. 2022년 3월 2일 미국의 우주관측 기관인 Zwicky Transient Facility(ZTF)에 의해 발견되었다. 5만 년이라니……


인류 문명이 생기기 전에 왔었고 모르긴 해도 현재의 이 썩어빠진 문명이 사라진 뒤 찾아 올 혜성을 보며 우리 삶의 덧없음과 위대함을 동시에 느낀다.


5.

김해에 계시는 존경하는 이정호 선생님의 사진에 자극을 받아 혜성 자료를 찾아 정리해 보았다. 사진은 이정호 선생님 페북을 참조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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