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날 풍경을 보며.

by 김준식

雪景


白色平僞彩 (백색평위채) 흰색은 속이기 쉬운 빛,

六境無自性*(육경무자성) 육경은 자성이 없다네.

亟消勿眩暈 (극소물현훈) 빨리 사라지니 현혹되지 말고,

整手中靜䁆 (정수중정업) 손을 가지런히 하고 조용히 눈을 감네.


2023년 2월 10일 아침. 눈이 왔다. 진주에서 보기 드문 눈이지만 반가움보다는 염려와 걱정이 앞선다. 나이 탓인가? 더불어 나에게 있어 눈雪은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현실과 현상을 가리는 흰 물체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되고 말았다. 나이가 들면서 아름다움은 오래 유지할 수 없는 것임을 분명하게 알아간다. 삶이 다 그렇다고 자조하려는 스스로를 경계하며 빨리 녹아 없어질 눈을 본다.


* 6경境: 6식識 또는 6근根으로 부른다. ‘근根’은 산스크리트어 indriya이다. 감각기관과 그 기관이 가지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리고 육근은 안眼 이耳 비鼻 설舌 신身 의意의 여섯 기관인데, 바로 우리 몸 자체다. 하지만 6근이 늘 문제다. 왜냐하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혀로 맛보고, 몸으로 느끼며, 마음으로 결정한다. 6경 중, 가장 속기 쉽고 속이기 쉬운 감각이 바로 눈으로 보는 것이다. 눈雪은 우리 눈眼을 현혹한다.


* 自性, 산스크리트어 svadhava이다. 변하지 않는 본성, 좀 더 풀이하면 모든 존재가 지니고 있는 불변하는 본성을 이르는 말이다. 즉 다른 것과 혼동되지 않으며, 변하지 않는 독자적인 체성體性을 의미한다. 비유하자면 라이프니츠의 ‘모나드’이고 데카르트의 ‘cogito’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