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枝梅*
寒木發春華 (한목발춘화) 겨울 나무 봄 꽃을 피우니,
暫見焉宏才 (잠견언굉재) 언뜻 굉장한 재주로다.
天網企去春 (천망기거춘) 하늘은 지난봄에 도모했으니,
欽梅讚恢恢 (흠매찬회회) 매화 보며 넓음을 찬탄하네.
2023.2.16. 어제 촬영한 매화 한 가지를 내내 마음에 두었더니 어찌어찌 20자가 뭉쳐졌다. 잎도 나지 않는 겨울나무에 문득 꽃만 돋으니 우리에겐 늘 신묘하고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이미 지난봄에 완성되었고 예정된 일이었음을!
꽃을 보는 순간 꽃의 아름다움도 찬탄하지만 그 꽃을 피우는 질서의 크고 정교함에 찬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해마다 거대한 질서와 순환의 자연을 느끼면서, 거기에 비교하여 갈수록 미미해지는 스스로를 느낀다. 하여 마침내 먼지처럼 사라지겠지만.
* 명나라 때 나룡懶龍이라는 도둑이 재물을 훔치고 매화 한 가지를 남겼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 이야기가 청나라 때 연극의 극본을 모은 환희원가歡喜寃家에 수록되었는데, 임진왜란 이후에 우리나라에 전해졌다. 조선 순조 시절, 조수삼이 쓴 추재기이秋齊紀異에 전해지면서 널리 알려졌다. 매화 한 가지를 남겨 둔 것은 도둑의 피의자를 넓히지 말고 바로 자신임을 알려주어 백성들이 괜스레 도둑의 피의자로 오해받지 않게 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