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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Feb 21. 2023

신학기,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신학기,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방투산이라는 산이 있다. 프랑스 남부 알프스 산맥이 지나는 프로방스 알프코트 다쥐르에 위치하는 높이 1909m의 산이 있는데 그 산 이름이 방투산이다. 처음으로 등정한 사람은 1334년 프랑스 출신의 가톨릭 수사이자 파리대학 교수였던 쟝 뷔리당(Jean Buridan, 1301~1359)이었다. ‘뷔리당의 당나귀’라는 유명한 명제를 만든 철학자이기도 하다.



‘뷔리당의 당나귀’는 극단적 자유의지의 관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역설이다. 이를테면 배가 고프면서 동시에 목이 마른 당나귀가 건초 한 더미와 물 한 동이 사이에 놓여 있다고 가정하자. 당나귀는 언제나 어떤 것이든 선택할 수 있다. 다만 당나귀는 건초와 물 사이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위해 고민하다가 마침내 배고픔과 갈증으로 죽게 된다는 이야기다. 


어쨌거나 그 뷔르당 신부보다 2년 뒤에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유명한 시인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Francesco Petrarch)가 이 산을 오르고 그 등정 기록을 남겼다. 그것이 저 유명한 방투산 등정(Ascent of Mont Ventoux)記다.


등정기는 페트라르카의 고해 신부였던 Dionigi di Borgo San Sepolcro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이다. 그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And men go about to wonder at the heights of the mountains, and the mighty waves of the sea, and the wide sweep of rivers, and the circuit of the ocean, and the revolution of the stars, but themselves they consider not.(사람들은 산의 높이와 거대한 파도의 높이를 알고 싶어 하고 넓은 강이 휩쓰는 것과 대양의 둘레와 별들을 탐험하려 하지만 정작 그들은 자신의 내부에 대해 알려하지 않는다.) 


이 말을 우리는 인문학의 시작으로 보고 있는데 인문학이란 위인지학(爲人之學)에서 위기지학(爲己之學)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하는데 위기지학이란 바로 자신의 세계를 돌아보는 것을 의미한다.


1336년 방투산에 오른 페트라르카가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나 자신에게 일어나는 것을 알아보는 것, 혹은 나 자신이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것인지를 알아보는 것, 나에게 있는 것은 정확하게 무엇이며 내가 이루려고 하는 것은 정확하게 무엇인가를 아는 것. 그것이 곧 인문학의 출발점이다. 


어디 인문학뿐이겠는가! 새 학교, 새 학기를 맞이하는 모든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아마도 이런 마음으로 시작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좀 더 깊어지고 좀 더 넓어질 수 있으며 상당한 고난에도 쉽게 넘어지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그나저나 나는,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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