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중학교 철학수업(71)
입학식이 있는 날 다행히 철학 수업이 있어서 1학년 아이들과 수업에서 만날 수 있었다. 우리 학교 입학식은 다른 학교와 조금 다르다. 작은 학교라서 가능하기도 하지만 의식 위주의 행사가 아니라 신입생과 재학생, 선생님, 행정실, 학교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과 얼굴을 익히고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큰 학교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오로지 나의 경우이겠지만 초중고를 다니는 동안 입학식의 구체적인 기억은 거의 없다. 그저 긴장과 어수선함의 기억만이 희미하게 조각조각 남아 있다. 아마도 세월이 많이 지나서 일 수도 있다. 교사가 되어서도 거의 똑같은 입학식을 30년 넘게 치렀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이 판에 밖인 입학의 형식을 바꾸고 싶었다.
2020년, 교장이 되고 첫 입학식을 바꿀 기회가 있었으나 코로나가 그 기회를 빼앗아 갔다. 아쉬움은 많았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라 2021년을 기다리기로 했다. 2021년 입학식을 앞두고 2월 내내 새로운 형식에 대한 고민을 했다. 새로움은 늘 여러 가지 걱정을 동반한다. 과감하게 줄이고 또 줄였다.
그리하여 이름을 ‘이해와 친교의 입학식’이라고 했다. 사실 지금까지의 입학식은 입학의 환영이나 기쁨보다는 학교의 공식적인 ‘의례’에 가까웠다. 물론 이 형식을 포기할 수는 없다. 다만 오늘 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또 입학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 그래서 입학식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이 학교에 있는 모든 구성원들(2, 3학년 학생, 교사, 행정실 직원, 공무 직원 모두 포함)과 신입생이 서로를 확인하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것에 방점을 두었다.
- 제일 먼저 학교에 이미 있는 사람 소개하기가 있다. 재학생이 먼저 3학년 2학년 순으로 소개하고, 그다음으로 교사(직책과 무관하게 앉은 순서대로 자신의 직책과 이름을 소개) 및 행정실 공무 직원 모두가 순서 없이 자신을 소개한다. 짧게는 1분, 길어지는 분들도 더러 있다.
- 그다음으로 신입생 소개하기이다. 많이 부끄러워한다. 아직 중학교 1학년이 아니라 초등학생 느낌이 있다. 하지만 자신을 스스로 외부에 소개하는 일은 어른이 되어서도 만만하지 않다.
- 재학생 대표의 환영인사말 3학년 대표가 잘 준비해서 읽어 주었다.
- 신입생 다짐인데 미리 써 놓은 다짐 말 빈칸에 각자가 이름을 적어 넣고 모든 입학생이 한 명 한 명 읽었다. 흔히 하는 대표 선서와는 다른 느낌이다.
- 꽃다발과 선물을 신입생에게 준다.
- 단체 사진은 늘 교장 몫이다.
입학식 때 재학생의 자기소개를 보면서 오늘 철학 수업은 자기소개에 대하여 이야기하기로 했다. 내가 쓴 중학교 철학의 시작이 바로 ‘나’이다.
1. ‘나’는?
2. 내부와 외부
3. ‘나’에게 끌어 오는 것과 ‘나’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것 (중학교 철학, 교육과학사, 김준식, 2022. 21쪽~24쪽)
하지만 자기소개는 여전히 어렵다. 아이들의 변화무쌍한 대답을 들으며 수업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