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유토피아를 공부했다.
토마스 모어는 당시로 보나 지금의 기준으로 보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그는 변호사였던 부친의 영향력에 힘입어 어렵지 않게 26세 때인 1504년 잉글랜드 의회 의원이 된다. ‘헨리 8세’에 의해 중용된 그는 1529년 대법관에 임용되어 편안한 삶이 보장되었으나 대의명분이라고 하기에는 좀 곤란한 고집 탓에 60세를 넘기지 못하고 참수형으로 삶을 마쳤다.
모어가 30대 후반인 1516년에 발표한 유토피아는 그리스어의 ‘ou(없다)’와 ‘topos(장소)’를 조합한 말로써 ‘어디에도 없는 장소(no place)’라는 뜻으로 모어가 의도적으로 지명에 사용하였다. 즉, 유토피아는 '현실에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사회'를 일컫는 말이다. 흔히 이상향이라고 부른다.
아이들에게 이상향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 있는 주제다. 하지만 환상적인 내용이 없는 유토피아인지라 이야기를 시작하고 얼마 있지 않아 다들 시큰둥해졌다. 팝콘 세대인 이들에게 톡톡 튀는 뭔가가 없는 이야기는 무미건조 그 자체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이 아이들과 함께 3년을 철학수업으로 보낸 내공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끌어들여 겨우 겨우 공부를 이어 나갔다.
모어가 참수형 당한 원인인 수장령 이야기를 하면서 피로 얼룩진 영국 왕조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꽤나 흥미 있는 이야기인지 다들 이야기를 듣고 질문이 많다. 그 사이사이 유토피아의 사회와 제도 이야기를 슬쩍 끼워 넣어 이야기를 하니 아이들의 표정이 그나마 덜 시큰둥하다. 유토피아 이야기 자체가 어렵고 힘든 이야기는 아닌데,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은, 중학생에게 사실 매우 어렵다.
아이들에게 유토피아의 1일 6시간 노동 이야기를 하면서 현 정부의 52시간 노동제 이야기를 부가하여 이야기했더니 아이들 표정에서 약간의 부조리와 불편함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일주일을 휴일을 포함한 7일로 보는 것에 아이들이 질문이 많았다. 아이들도 안다. 워라밸이 얼마나 중요한지 … 자신들의 부모님들이 하우스에서 일터에서 휴일도 없이 일하는 것을 보고 자라는데……
어쨌거나 다음 시간에는 유토피아라는 이야기가 가지는 한계(문제점)를 공부해 볼 요량이다. 중학교 철학 2권이 이렇게 점점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