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by 김준식

迎春영춘


春日莫然於有閒 (춘일막연어유한) 봄날 별 일 없이 지나가는데,

聞道處處梅花發 (문도처처매화발) 듣자니 곳곳에 매화 핀다 하네.

去寒二梅搖無極*(거한이매요무극) 지난겨울 매화 둘은 죽고,

紅梅獨布弘幽香 (홍매독포홍유향) 홍매 홀로 그윽한 향기 베푸네.

世形稍稍恐峻險 (세형초초공준험) 세상은 갈수록 걱정스러워도,

尋繼山靑溪水喨 (심계산청계수량) 이윽고 산 푸르고 물 맑아지겠지.

奚若成詩違平仄 (해약성시위평측) 평측을 어겨도 어찌어찌 시가 되듯,

花開花落熟知睆*(화개화락숙지환) 꽃피고 지니 열매 달릴 것을 이미 안다네.


2023년 3월 3일 진주 문고 선강루. 선강루 앞 작은 정원에 매화나무 세 그루가 있다가 지난겨울 엄혹한 추위에 두 그루는 죽고, 한 그루에서 붉은 매화가 폈다. 며칠 전부터 선강루 꽃 소식을 들었으나 시간을 내지 못하다가 마침내 오늘 가 보고 귀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꽃 핀다고 세상이 밝아지지도 않고 꽃 진다고 세상이 흐려지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한사코 이 봄, 꽃 피는 모습에 마음을 뺏긴다. 아름다운 사람의 일이다. 선강루 주인이신 여태훈 대표께서 주시는 차 몇 잔 마시고 홍매화를 보았으니 올 봄맞이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 옥수후정화玉樹後庭花중에서 차운함. 옥수후정화란 남북조시대에 陳나라의 마지막 군주인 진숙보陳叔寶가 귀한 손님을 맞아 여러 비빈들과 즐겁게 잔치할 때마다 시를 지어 서로 주고받게 하였다. 그중에 더욱 아름다운 시를 뽑아 가사로 삼고 노래를 지어 아름다운 궁녀 수백 명으로 하여금 노래 부르게 하였는데, 옥수후정화 玉樹後庭花는 그 악곡 중의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악학궤범樂學軌範에 후전後殿, 후정화後庭花, 북전北殿이라 하여 고려 충혜왕忠惠王이 뒤뜰에서 여자들과 어울려 불렀다고 전해지는데 조선 세종 때 폐지되었다고 한다. 이어 성종 때 성현成俔이 왕명에 의하여 악가樂歌를 개산改刪(잘못된 것을 고침)할 때, 조선 창업을 송축한 가사로 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