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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Mar 07. 2023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역사에는 假定이 존재할 수 없다. 여러 가지 상황을 모두 다 이야기하기에는 시간도 지면도 부족하다. 조선이 일본에 의해 외국에 대한 외교권이 박탈되던 때, 그 일에 앞장섰던 대표적 친일 각료 5명을 우리는 ‘을사오적’이라 부르고 그 조약을 을사늑약乙巳勒約이라 부르며 기억하고 있다.  해방 이후 친일 사학자들은 이것을 ‘조약’이라고 기록해서 우리를 교육했다. ‘조약’은 양국이 대등한 위치에서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체결한 것이고 을사년의 사건은 일본 제국주의가 비합법적이고 강압적인 상태로 맺기를 강요하였으므로 ‘늑약’이 맞다. ‘늑勒’이란 억누르다, 또는 굴레라는 의미가 있다. 


당시 그 늑약의 내용 중에……


'일본국 정부는 한국과 타국 사이에 현존하는 조약의 실행을 완수하고 한국정부는 일본국정부의 중개를 거치지 않고 국제적 성질을 가진 조약을 절대로 맺을 수 없다.(을사늑약 제2조)'(외교권 박탈)


이것을 찬성한 이완용은 늑약을 체결한 이후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일본은 한국 문제 때문에 두 번이나 큰 전쟁을 치러 이제는 러시아까지 격파했으니 한국에 대해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그런데도 일본 천황과 정부가 타협적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하니 우리 정부도 일본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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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지 78년째인 2023년 3월 6일 그러니까 어제,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해 외교부 장관 박진은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한 해법 발표문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최근 엄중한 한반도 및 지역·국제 정세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함께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과 지역 및 세계의 평화번영을 위해 노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을사늑약 당시에도 늘 들먹이는 엄중한 국제 정세는 80년이 다 되어 가도 변함없이 유효하고(독자적으로 자생할 생각이 없는 무뇌 정부의 관료들이라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늑약'에서 일본의 요구가 한 일 양국의 공동이익 정도로 바뀐 정도…… 함부로 ‘인권’을 이야기하고 함부로 법치를 이야기한다. 어이없다. 대한민국 대법원 판결에 따라 강제징용 당사자인 일본의 사죄와 배상이 인권이고 법치다! 멍청한 인간들! 심지어 이 번 발표는 1905년 늑약 당시처럼 일본의 구체적이고 현존하는 위협조차 없었는데 알아서 ...... 


정치라는 것이 아무리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치권력 획득과 유지가 목표라 하지만 최소한의 '자존自尊'과 '자긍自矜'조차 없단 말인가!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완전히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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