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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Mar 17. 2023

권위의식? 자만? 아니면?

권위의식? 자만? 아니면? 


부처 사후 1000년 쯤 지난 4~5세기 무렵 인도의 승려 바수반두(Vasubandhu, 한자 세친世親)는 불교 교리의 백과사전식 해설서이자 소승불교의 원론에 가까운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을 저술하였다. 줄여서 구사론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아비달마의 의미는 “대법對法, 즉 法에 대하여~”라는 의미가 있다. 구사론은 그때까지 전해져 오는 수많은 불교 용어에 대하여 명쾌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가톨릭에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Summa Theologica)이 있는 것처럼 불교에서 구사론은 그러한 위치에 비견된다. 중국 남북조시대 남조의 진제(眞諦, 499~569)가 한역한 것은 아비달마구사석론阿毘達磨俱舍釋論, 줄여서 구사석론俱舍釋論이라 하고, 당나라의 현장(玄奘, 602?~664)이 한역한 것이 구사론이다.


구사론의 내용 중에 제4권(전체 9권으로 되어 있다.) ‘업 Karma에 대한 설명’ 중 인간의 마음 작용 중에 일곱 개의 만慢(거만함 - 잘난 체하며 다른 사람을 업신여김.)을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설명했다.


칠만七慢 (일곱 가지 자만하는 마음).

1) 만慢 – 자신의 못한 것을 보고도 내가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

2) 과만過慢 – 다른 사람과 자신의 행동이 비슷한 것을 보고도 내가 낫다고 생각하는 것. 

3) 만과만慢過慢 – 다른 사람이 더 잘하는 것을 보고도 내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

4) 아만我慢 - 내 것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스스로를 높여서 잘난 체하고,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 

5) 증상만增上慢 - 최상의 교법과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서 이미 얻은 것처럼 교만하게 우쭐대는 것. 

6) 비하만卑下慢 - 남보다 훨씬 못한 것을 자기는 조금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 

7) 사만邪慢 - 아무런 덕德이 없으면서 덕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불교에만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장자』 열어구列禦寇에도 이런 말이 나온다. 


“평범한 사람들은 처음 사士(관직)에 임명되면 거만해져 남의 말을 따르지 않고, 두 번째 대부大夫에 임명되어서는 수레 위에서 춤을 추고, 세 번째 경卿이라도 임명되면 백부伯父나 숙부叔父의 이름까지도 마구 불러댈 정도로(아래 위도 없어진다는 의미이다.) 거만하게 되나니, ~"


위대한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 선생의 에티카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에티카 제4부는 Part IV. Of Human Bondage, or the Strength of the Emotions.(인간의 예속 또는 정서의 힘에 대하여)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다. 그중 정리(Proposition) 48, 49는 이러하다. 


Prop. XLVIII. The emotions of over-esteem and disparagement are always bad. (과대평가와 비난의 감정은 언제나 악이다.)


Prop. XLIX. Over-esteem is apt to render its object proud. (과대평가는 사람을 쉽게 자만하게 만들 수 있다.)

에티카의 내용은 '자만', '거만'이 생겨나는 이유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서 고위직 공무원들에게 자주 발견되는 것들이다. 권위의식도 비슷한 의미다. 고위직은 아니지만 공직에 있는 나로서, 나에게 이런 慢이 없는지 살펴보고 또 살펴보아야겠다. 오늘 이런 것들이 연상되는 몇 개의 장면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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