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중학교 철학수업(74)

by 김준식

어제는 제법 쌀랑하더니 오늘은 다시 온기가 감돈다. 봄은 이렇게 변덕으로 끝이 나고 문득 더워질 것이다. 해마다 이런 계절의 변덕을 당하지만 해마다 새롭고, 해마다 정신없이 봄을 보내지만 해마다 다르다.


목요일 수업을 출장 때문에 오늘로 당긴다고 이야기했더니 아이들은 짜증을 낸다. 이유는 오늘 오후에 두드림 교실(기초학력 향상 프로그램)이 있어 철학 수업하고 다시 공부를 해야 한단다. 괜히 미안하다.


오늘은 아이들과 '종교 개혁' 수업을 했다. 남학생 반은 잠이 들었다. 얼마나 피곤할까? 하루 종일 수업에 시달린 아이들이 아닌가! 몇 번 깨웠으나 여전히 졸려한다. 마지막엔 자게 두었다. 여학생들은 내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준 유인물 여백에 그림을 그린다.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할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장려할 일도 아니다. 수업 장면에서 이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지만 교사마다 기준이 다르고 따라서 대응이 달라진다. 나는 어떻게 해야 다른 선생님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를 고민한다.(교장 선생님 수업을 다녀오면~~ 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샘들에게 무형의 부담을 주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내 수업 시간까지 엄격하게 유지하면 아이들은 철학 시간도 수업으로 받아들인다. 하염없이 나둬도 사실 별 문제는 없지만 아이들은 이 기준을 가지고 다른 수업 시간에도 그대로 적용하려 할 것이다. 이미 지난해 경험한 사실들이라 매우 조심스럽다. 미리 이런저런 상황(즉 보통의 수업 시간에 지켜야 할)을 상세하게 이야기해 두지만 아이들이라 금방 잊어버린다. 늘 말하자니 잔소리가 되고 그냥 두자니 이야기를 하거나 듣는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기도 한다.


하물며 교실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 이러한데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오죽하겠는가!


기준이 문제다. 종교 개혁도 사실 기준의 문제가 아닌가? 루터 기준에 기존의 가톨릭은 썩었으니 새롭게 복구하는 것이 루터가 믿는 하나님의 명령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한 테첼에게 면죄부를 팔게 한 교황청의 추기경이나 대주교들은 그 일이 자신에게도 물론 유익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역시 기준이나 관점의 문제로 귀결된다.


아이들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절대적인 기준을 가진 일은 세상에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를테면 절대적인 것을 가정하면 그 순간에 있던 기준의 문제는 사라지는 듯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역시 그 절대적인 것에 새롭고 다양한 기준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인류 역사가 증명하는 바다.


종교개혁을 통해 새롭게 생긴 루터파 교회가 유럽 전체에 미친 영향을 중학생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일견 어려운 문제처럼 보이지만 아이들의 질문을 유도하면서 이야기하다 보면 의외로 쉽게 알아차린다. 오늘 수업 중에 주고받은 이야기다.


학생 1


“샘! 루터가 반박문에 뭐라고 썼어요?” (교사의 공부가 깊어야 하는 이유다.)


“핵심은 41조부터 47조까지 주장하는 면죄부의 구입과 면죄시행의 남용에 대한 것이다. 즉 교황이 죄를 면해주는 조건으로 돈을 받고 그 증서(면죄부)를 주는 일이 과연 하나님의 뜻과 성서에 합당한 일이냐고 따졌지!”


“종교개혁으로 교황청은 면죄부 장사를 못해서 손해를 엄청 봤겠네요!”


“그럼! 그러니까 교황청은 루터를 파문했겠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나 중학생들에게 더 깊은 이야기는 무리다. 다만 몇 개의 이야기를 더 해주면서 종교 개혁 이후의 교황청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학생 2


“그럼 로욜라는 왜 루터파에 반대했어요?”


“로욜라는 루터의 지적처럼 지금까지 부패했던 가톨릭 교단을 정화하고자 했던 것이지 루터파를 반대하려는 것은 아니었지! 그 과정에서 약간의 충돌 – 종교재판 등도 있었지만 로욜라는 반부패 노력과 더불어 영적인 운동을 통한 새로운 종교 조직의 설립이 그 목적이었지!”


이 질문을 한 학생은 현재 가톨릭 신자이다. 종교 개혁 이후 있었던 종교회의(공의회, Council, Concilium) 이야기를 하면서 역시 가톨릭의 변화를 이야기해 주었다.


이만하면 오늘 수업은 성공했다. 나머지 시간은 아이들에게 유럽의 왕들이 루터파와 손 잡은 이유, 칼뱅과 자본주의 이야기 등을 이야기하며 재미있게 수업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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