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중학교 철학수업(75)

by 김준식

역시 목요일에 출장이 있어 화요일 철학 수업을 했다.


아이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이다. 봄날 체육활동이 오만 배 좋은데 철학이라니……


이런 경우 교사인 나도 조금 머쓱해진다. 미안하다고 몇 번이나 사과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못내 아쉽고 억울한 듯 수업 내내 불만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렇다고 운동장에 나가자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난감하기는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늘 수업 주제는 루터의 종교개혁이 가져온 유럽 사회의 변화를 변증법적으로 바라보자는 것이었는데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수업의 전개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이 판에서 30년을 넘게 살아온 사람이다. 시시콜콜한 잡담을 통해 일단 집중을 유도했다. 교정 뒤편에는 목련이 한창이다. 다행인지 아니면 우연인지 몰라도 우리 학교에는 백목련과 자목련이 같이 핀다.


아이들에게 물었다.


“목련이 영어로 뭔지 아는 사람?”


“뭐 줄 거예요?”


“응 필기구 – 만년필”


“웅성 웅성……(작년 초에 영어 선생님이 학교 뒤편 나무들에 영어 이름을 다 붙이고 아이들이 학습한 적이 있다.)” 기억이 날까? 나의 눈치를 보던 아이들은 서로 의논을 하더니 매그놀리아! 를 외친다.


한 아이가 아니라 선물 주기가 곤란하다고 했더니 핵심 아이디어를 제공한 3학년 아이에게 주라고 이야기한다.


일단 수업 이전의 사태를 잊어버리게 하는 것에는 성공!


종교개혁 이야기를 꺼내면서 다시 아이들은 무덤덤!


그래도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철학사적 관점으로 본다면 종교개혁이나 반 종교개혁은 모두 철학 발전의 거대한 흐름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의견도 있는데, 이 두 사건은 결국 변증법적인 과정을 거쳐 극단적인 종교적 태도가 와해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영국의 위대한 철학자 버트란트 러셀은 그의 ‘서양철학사’에서 이 두 사건의 영향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30년 전쟁(유럽에서 로마 가톨릭교회를 지지하는 국가들과 프로테스탄트교회 즉 개신교를 지지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벌어진 종교 전쟁)으로, 개신교도나 가톨릭교도 가운데 어느 한쪽이 완벽하게 승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게 되었다. 그래서 교리의 통일을 바라는 중세적 소망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서양철학사, 버트란트 러셀 지음, 서상복 옮김, 을유문화사. 2019. 680쪽)


이 이야기를 나머지 시간 동안 하면서 가톨릭과 개신교의 성경이 다른 점(가톨릭 성경은 구약이 7권 더 많다.)과 그 이유(루터는 히브리어로 된 경전만 인정했기 때문) 그리고 약간의 차이가 성경 곳곳에 있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다음 주는 제발 목요일에 일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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