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색, 짙어질 텐데......

by 김준식

春色漸濃(춘색점농) 봄 색, 짙어질 텐데......


雨歇起雲霧 (우헐기운무) 비 사이로 안개구름 피어오르니,

晴日來嵐翠 (청일래남취) 날 맑아지면 산 빛만 푸르러지겠네.

順流瓣紛紛 (순류판분분) 세월 따라 꽃 잎 어지럽게 날리더니,

耆年佇獨萎 (기년저독위) 중 늙은이 우두커니 홀로 시드는구나.


2023년 4월 5일 퇴근 무렵. 하루 종일 비가 오더니 퇴근 무렵 학교 앞, 얕은 산에 안개구름이 피어오른다. 자연은 변함없이 푸르러지고 하릴없이 그 풍경을 보는 중 늙은이(耆年-60이 넘은 나이)는 홀로 시들어 간다.


고려 시대 묘청의 난이 실패하면서 관련자로 지목되어 김부식에게 처형당한 정지상의 시 중에 ‘우헐장제초색다雨歇長堤草色多’라는 구절이 있다. 비 사이로 보는 풍경은 1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다름이 없다. 그저 사람만 흐르고 풍경은 변하지 않는다. 나 역시 9월이 오면 이 풍경으로부터 멀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