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중학교 철학수업(77)

by 김준식

나. 베이컨[1]


베이컨은 1561년 런던 스트랜드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몸이 약했던 베이컨은 일생 동안 여러 역병에 시달렸다. 하지만 비상한 능력으로 12살에 캠브리지 트리니티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이곳에서 약 3년 정도 머물면서 훗날 캔터베리 대주교가 되는 휘트기프트[2]로부터 많은 배움을 얻게 된다.


23세의 베이컨은 집안의 후광에 힘 입어 의회에 진출한다. 그 후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1618년, 57세 때 대법관이 되는 등 출세가도를 달리게 된다. 베이컨은 이러한 정치적 역정보다는 과학적 성향을 가진 철학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그가 강조한 것은 ‘연역법’[3]에 대한 ‘귀납법’을 강조한 것이다.


① 노붐 오르가눔

(Novum Organum Scientiarum)


베이컨이 1620년(59세)에 펴낸 이 책의 제목은 라틴어로 되어 있는데 영어로 번역하면 『A New Organ of the Sciences』(과학의 신 기관)이 된다. 그런데 사실 이 ‘노붐 오르가눔’ 제목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논리와 추론 방법에 대하여 저술한 책 오르가논(기관)[4]에 대한 반론으로서 베이컨 자신이 새로운 방법[5]을 강조하기 위해 지어낸 제목이다.[6] 베이컨은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해서는 반대의 태도를 보인 반면 데모크리토스[7]

는 높게 평가했다.


‘노붐 오르가눔’은 전체 6부작으로 된 『대혁신』(라틴어: Instauratio Magna)이라는 제목 아래 제2부에 해당한다. 하지만 베이컨이 급작스럽게 죽는 바람에 『대혁신』은 출판되지 못했고 ‘노붐 오르가눔’만 베이컨의 생전에 두 권 분량으로 별도 출판되었다.


② 우상론(The Idol)

‘노붐 오르가눔’ 제 1권[8]에 등장하는 것이 저 유명한 우상론(The Idol)이다.

베이컨은 인간의 지성이 진리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는 편견을 ‘우상’이라 칭하고 4개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 종족의 우상(Idols of the Tribe 라틴어: Idola tribus)


종족의 우상은 사람이기 때문에 가지는 감정이나 의지 그리고 착각을 통해 생겨난 편견이다. 사물을 의인화하거나, 본질을 규명하는 대신 외적 현상에 얽매이는 것이다.[9]


종족의 우상의 예는 다음과 같다.

“봄이 되니 새들이 노래한다.”

“산 길을 걸으니 봄꽃들이 나를 반겨준다.”

여기서 새들이 사람처럼 노래를 하고, 역시 꽃들이 사람처럼 나를 반겨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종족의 우상이다.


- 동굴의 우상(Idols of the Cave 라틴어: Idola specus)


개인이 가진 오류와 편견이다. 개인의 느낌이나 여러가지 환경적 영향 탓에 사물의 진실된 모습을 파악할 수 없는 우상을 말한다.[10]즉,

남녀의 차이, 학력차이, 관심의 차이, 성장 환경의 차이, 취향의 차이에서 오는 오류와 편견을 말한다.

동굴의 우상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말은 “우물 안 개구리”이다.


- 시장의 우상(Idols of the Market 라틴어: Idola fori)


상호간의 접촉과 교제를 통해 만든 편견이다. 의사소통 속에서 주고받는 언어가 혼란을 일으키는 경우로 경솔하게 확신하도록 만드는 우상이다.[11]스스로 직접 관찰과 경험없이 다른 사람들의 말만을 믿고 그럴 것이라고 착각하는 오류와 편견이다.


- 극장의 우상(Idols of the Theatre 라틴어:Idola theatri)


‘권위’나 ‘전통’의 숭상에서 비롯된 우상으로 맹목적이고 순종적인 특성의 오류이다.[12]이는 눈에 보이는 겉만 보고, 내용에 대한 검토와 의심은 하지 않는 편견이다. 대표적인 극장의 우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학벌’에 대한 편견이다. 즉 출신 학교만으로 그 사람의 배경과 사람의 됨됨이까지 파악해버리는 오류가 대표적이다.


[1]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년 ~ 1626년)은 잉글랜드의 철학자이자 정치인이다. 잉글랜드 경험론의 시조이며, 데카르트와 함께 근대 철학의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아는 것이 힘이다'(scientia est potentia)라는 말로 잘 알려져 있다. 베룰럼 경(Lord Verulam)으로도 불린다.



[2]

John Whitgift(1530년~1604년) 캔터베리 대주교



[3]

연역법: 연역적 추론演繹的推論(deductive reasoning)은 이미 알고 있는 판단(구체적 증거에 근거하여 평가하는)을 근거로 하여 새로운 판단을 유도하는 논리적 추론의 한 방법.




[4]

오르가논(Organon): 6세기부터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 저작 전체를 이 이름으로 불렀다. 학문의 실질적인 부분이 아니라 그 도구라는 의미가 강하다.




[5]

새로운 방법: 귀납 추론(induction)을 말하는데 귀납 추론이란 개별 사실이나 현상에 포함된 사실을 바탕으로 결론을 이끌어내는 방법, 즉 보편성에서 구체성을 유도하는 추론 형식 · 추리 방법을 말한다.




[6]

과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김영사. 장대익 지음. 2008. 45쪽




[7]

데모크리토스(Democritus, 기원전 460년 무렵 ~ 380년 무렵)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원자론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8]

제1권은 《자연과 인간의 해석에 대한 금언집》이다. 베이컨은 당시 자연철학, 삼단 논법에 의한 연역적 추론을 비판한다. 삼단 논법에 의한 연역적 추론은 자연철학의 진리를 밝혀내는 데 있어서 매우 부적합하다고 서술하고 있다.




[9]

『서양근대철학』 서양근대철학회 엮음, 창작과 비평사, 2001. 32-38쪽.




[10]

『서양근세철학』 강대석 씀, 서광사, 1987. 43-56쪽.




[11]

앞의 책, 52쪽




[12]

앞의 책, 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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