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철학』2권

머리말

by 김준식


중학교 철학 제2 권 머리말


2022년 5월에 『중학교 철학』을 출간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지난 일 년 동안 쉬지 않고 우리는 『중학교 철학』2권을 준비해 왔다. 처음 『중학교 철학』을 쓰기 시작할 때 미리 책의 차례를 정해 놓았기 때문에 2권을 쓰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지난해 출간된 『중학교 철학』이 120페이지 정도였던 것은 중학생들에게 내용도 어려운 철학 책을 처음부터 두껍게 내놓을 수 없어서 분량을 조절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학교 철학』 1권 다음으로 『중학교 철학』 2권을 내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1권에서 그랬던 것처럼 역시『중학교 철학』 2권도 수업과 병행하여 글을 썼기 때문에 중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고르고 수업을 통해 다시 어려운 것을 정리하고 조정하여 쓰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려운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2권은 ‘변증’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통해 본 동, 서양 철학 이야기여서 수업을 진행하는 내내 진땀을 흘리며 설명하고 토론하고 또 설명하였다.


2권의 주제는 이미 말한 것처럼 ‘변증’이라는 높고 깊은 산맥이다. 비록 스치는 수준의 내용과 과정이었지만 동양의 ‘도덕경’으로부터 시작하여 ‘장자 철학’과 ‘불교 철학’의 장대한 산맥을 넘었고, 다시 서양 중세의 ‘스콜라 철학’과 ‘종교 개혁’의 깎아지른 절벽을 지나 막막한 평원에 이르렀는데, 거기가 바로 서양 문명과 철학이 더욱 험준해지는 ‘근대’라는 지점이었다.


근대 철학의 기점으로 삼은 봉우리는 이전과는 전혀 새로운 세계관의 변화를 자극하는 ‘코페르니쿠스’를 시작으로 ‘베이컨’이라는 봉우리를 힘들게 올랐다. 힘들게 오른 봉우리 앞으로 더욱 거대한 산, ‘데카르트’를 만났다. ‘데카르트’에서 너무 오래 지체한 우리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대오를 가다듬어 ‘스피노자’라는 또 다른 지평선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지평선 앞으로 변증의 산맥이 이루어 놓은 ‘합리론’과 ‘경험론’의 거대한 호수가 있었고, 그 깊고 넓은 호수를 차례로 건너 우리가 도착한 곳은 바로 ‘칸트’라는 큰 산이었다.


절망적 높이와 넓이의 '칸트'를 넘어서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였으며 어찌어찌 '칸트'라는 산 봉우리를 뒤로 하였지만 정상을 넘어서지는 못했음을 자인할 수밖에 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칸트를 넘어 도달한 곳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또 다른 절망의 높이를 자랑하는 바로 '헤겔'이라는 봉우리였다.


아이들은 이미 지쳐 있고 나 역시 지쳐 있었지만 2권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 지금 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고 서로를 격려하며 마침내 '헤겔'이라는 거대한 봉우리의 언저리를 돌아볼 수 있었다. 1년의 시간 동안 끊임없는 의문을 가졌던 '변증의 그림자'를 아주 희미하게 보면서 지나쳐 온 '변증의 산맥'을 다시 천천히 되짚어 본다.


사실 내용이 어려워 가르치기 불가능한 이야기는 없다. 수업하는 교사의 능력과 열정 그리고 방향의 문제일 뿐, 중학생들에게 처음부터 불가능한 어려움 따위는 없을 것이다. 다만 나의 능력과 열정 그리고 방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지난 1년의 과정이 그대로 보여주었다.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그 혼란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지 못한 잘못이 매우 크다. 다만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지적 혼란과 더불어 각자의 한계를 보았을 것인데, 역설적으로 그러한 경험은 새로운 힘을 채울 수 있는 강력한 동기가 될 것이라는 것에 미약하지만 작은 희망을 걸어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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