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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pr 08. 2023

4월, 우주, 잡생각......

1.     불안, 그리고 외로움……


파스칼은 팡세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를 에워싼 이 우주의 무시무시한 공간들을 본다. 그리고 광막한 우주의 한구석에 매달린 자신을 발견할 뿐, 무슨 이유로 다른 곳이 아닌 이곳에 내가 위치하고 있는지, 무슨 이유로 나에게 허용된 이 짧은 시간이 나를 앞선 모든 영원과 이를 뒤이을 모든 영원 사이에서 다른 시점이 아닌 바로 이 시점에 지정되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1] 이렇듯 나라는 존재는 자신의 원천적인 존재 이유와 세계의 시작과 끝을 모르고 삶을 시작하며 죽음의 운명을 생각할 뿐이다. 이러한 사실이 늘 우리에게 불안과 고독을 끊이지 않게 한다.



2.     장자와 우주, 그리고 도


장자는 인간들이 느낄 수 있는 무형無形의 물적 실체가 있다고 상정하면서 인간의 삶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였다. [2] 그 물적 실체란 의지적意志的인 행위를 하지 않는 만물의 근원이며 우주의 발생, 생장, 소멸의 초보적 질료라고 생각하였다. 그 무형의 실체는 유형을 예비하는 전 단계인데 이렇듯 무에서 유로, 다시 유에서 무로 상호 변화하는 전환 과정을 '장자'는 도道의 상태라고 이해한 것이다. 즉, 도를 우주적 질서, 곧 자연의 보편적 법칙으로 보는 것이다. 이것은 도가 모든 유형의 존재를 초월하여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여기서 '장자'는 불교와 결별한다.)으로 냉정하게 감정을 억제하고 보편적 법칙으로써의 도의 개념을 상정하고 있다.



3.     무한, 그리고 현실


빛이 있다. 빛은 초속 약 3십만 km이다. 태양으로부터 지구까지 8분이 조금 더 걸리고 이 빛이 일 년 동안 가는 거리는 무려 약 9조 4천5백억 km이다. 바로 1광년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그런데 광년이라는 말은 속도와 거리의 개념이 합쳐진 단어로서 거기에 시간의 개념이 투영된다. 2022년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 천체 물리학자인 '브라이언 웰치'는 지구에서 가장 멀리 있는 별을 발견했다고 네이처를 통해 발표했다. 그 별은 지구에서 약 129억 광년 거리에 있으며 '에렌델(Earendel)'이라고 명명했다. 에렌델은 고대 영어로 '아침 별'을 뜻한다. 이를테면 129억 년 동안 빛이 달려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별이라는 이야기인데…… 129억 년! 그 무한함에 인류가 이룩해 놓은 지금의 모든 문명이 먼지처럼 느껴진다.



4.     오늘 


산 길을 걷기에 너무나 좋은 날씨였다. 하루 종일을 걸었다. 약 18 . 4Km, 모처럼 5언 율시로 표현했다. 


不作林中路 (부작임중로) 숲 사이 만들지 않은 길

萬人澹交步 (만인담교보) 여러 사람이 가만가만 걸어서 오고 가네.

綠葉沖睆照 (녹엽충환조) 푸른 잎 사이사이 환한 빛 비추고

往爽風灑潮 (왕상풍쇄조) 가끔 시원한 바람 산들산들 불어

鵑鳴覃山弘 (견명담산홍) 소쩍새 소리 온 산에 울려 퍼지네.

忽回客月詁 (홀회객월고) 홀연히 돌아본 지난날을 되새기니

顯常等潛標 (현상등잠표)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 같구나.

只行不履踵 (지행불리종) 다만 내 발자국, 누구도 밟지 않으리.


          

[1]『팡세』, 블레즈 파스칼, 이환 옮김, 민음사, 2003.22쪽.


[2]『장자』'천도' 有形者 與無形無狀而皆存者 盡無(형체를 가진 존재 중에서 無形無狀의 道와 일체가 되어 다 함께 存續하는 존재는 전혀 없음) 즉, 道와 함께 存續하는 存在란 道와 함께 영원한 生命을 누리는 자란 뜻인데 그러한 존재는 없다는 것이 '장자'의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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